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최초의 신소설이면서도 대표작으로 인정되고 있는『혈의 누』 는 고대소설적 요소와 현대소설적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다. 이 소설은 1906년 7월 22일부터 10월 10일까지 <만세보>에 연재 된 작품으로서, 청일전쟁으로 인해서 옥련일가가 뿔뿔이 흩어지는 시기에서부터 옥련이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서 아버지를 만나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어머니에게 편지하기까지의 10 년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배경. 주제를 당시의 시대적 문제와 직결시켰다는 점 등이 보다 근대적 요소로 등장하였으며, 관용적인 한문구를 배제하고 일상적 구어체의 표현력을 충분히 활용한 문체 또한 현실감을 높이는데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최초의 신소설
여주인공 옥련의 일생은 고대소설 『숙향전』의 최초의 신소설 주인공 숙향의 일생과 비슷한 면이 있다. 어려 서 부모를 잃고 고생하나, 위기 때마다 조력자를 만나 결국은 행복한 결말을 이룬다는 대체적인 일생의 유형이 동일하다. 다만 『혈의 누』는 옥련의 일생을 일본 · 미국 등 외국의 문물과 관련시켜서 근대적인 성향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고대소설과 다르다. 신소설의 양면성과 과도기적 성격은 이러한 사실에서 기인된다.
신소설은 『혈의 누』이후 많이 양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형식상의 괴리로 인하여,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혈의 누』가 신소설의 최초의 작품이면서도 대표적인 작품으 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친일적 개화론
그러나 주제면에서 신교육사상이나 자유결혼사상 등의 개화사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권선징악적인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형식면 에서도 일대기적인 형식, 해피엔딩의 구조 그리고 우연성에 의한 소설의 전개 등을 취하고 있어, 일본이나 미국의 배경 외에는 고소설을 보는 이상의 신선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신문명에 대한 일방적인 경도와 낙관적인 개화주의에 기울어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김관일 · 강동지 · 최명도' 등은 조선말 기에 형성된 평민층의 전형이며, 그들은 개화사상을 깊이 인식하고 봉건관료의 학정에 강하게 저항한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조선 말기의 사회 · 경제적 갈등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반봉건 문명개 화사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이 봉건사회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주역으로 나가지 못하고, 봉건관료체제에 대한 맹목적인 부정과 근대문물제도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에서, 결국 친일개화론으로 기울어지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런 태도는『혈의 누』와『은세계』에서는 외세에 대한 찬양으로, 『귀의 성』에서는 양반에 대한 평민들의 허황된 복수로 드러난 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성과 묘사에 있어 놀랄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혈의 누』에서는 청일전쟁 중 한 여인이 가족을 찾아 헤매는 장면을 이전 소설의 순차적 평면적인 서술과는 달리 인과관계에 의한 입체적인 서술방식으로 그려냈다. 각자의 신분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다음 글 읽기
'동서고전 > ② 고전 해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2장 <동양문학> 천변풍경(2) (2) | 2024.01.29 |
---|---|
제 2장 <동양문학> 천변풍경 (1) | 2024.01.28 |
제 2장 <동양문학> 혈의 누(2) (1) | 2024.01.26 |
제 2장 <동양문학> 혈의 누 (2) | 2024.01.25 |
제 2장 <동양문학> 홍길동전(3) (1) | 2024.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