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서고전/② 고전 해제

제 2장 <동양문학> 천변풍경(2)

by Be_ni 2024. 1. 29.

작품의 주요내용

민주사 한약국집 가족, 포목전 주인, 양약국 주인 최진국 등은 식민지 자본주의 속에 적응하면서 약간의 부를 축적한 인물 들로 이들은 식민지 사회가 아무런 변동 없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안정희구 세력들이다. 반면 재봉이, 창수, 금순이, 만돌이 가족, 이쁜이 가족, 점룡이 모자 등은 모두 시골에서 올라와 청계천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점룡이 어머니, 이쁜이 어머니, 귀돌어멈을 비롯한 동네 아낙네들은 빨래터에 모여 수다를 떤다.

이발소집 소년인 재봉이는 이런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결코 권태를 느끼지 않는다. 민 주사는 이발소의 거울에 비친 쭈글쭈글 늙어가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숨짓지만, 그래도 돈이 최고라는 생각에 흐뭇해진다. 재봉이는 '평화 카페'로 눈길을 돌린다. 여급 하나코의 어머니가 눈에 띈다. 재봉은 하나코의 어머니가 광교 쪽을 바라보며 난처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발길을 돌리는 것을 본다. 저쪽 한약국집에서는 젊은 내외가 함께 대문을 나선다. 이들은 다정한 부부로 외출을 하는 것이다.

창수는 한약국집의 사환인데, 출세하기 위해 서울로 가야 한다 는 아버지의 강권에 따라 시골에서 올라왔다. 그러나 익숙지 않은 일에 얽매여 고생하는 것은 비단 창수 혼자만의 슬픔이 아니다. 파란 색칠을 한 중문을 사이에 두고 약국 안에서는 행랑에 든 지 사흘도 안 되는 만돌어멈이 안방마님의 꾸지람을 듣고 있다. 만돌어멈은 불한당 같은 남편을 피해 서울로 도망질쳤으나, 우여곡절 끝에 다시 남편과 남의 집 드난살이를 하는 것이다.

한편 음력 3월 중순, 이쁜이네는 오늘 큰 경사가 있다. 점룡이 어머니는 마음이 애석하다. 아들 점룡이가 은근히 이쁜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쁜이 어머니의 마음은 그렇게 한가로울 수가 없다. 영감이 세상을 뜬 지 이미 13년, 저만큼이나 키워서 오늘 마침내 시집을 보낸다. 결혼식은 간단히, 또한 별일 없이 진행되었다. 이처럼 한쪽에서 경사가 있을 때, 신발집의 온 가족은 아직도 장가를 못 간 주인의 처남까지 몽땅 어디로 나들이라도 가는 것처럼, 스무 해를 살아온 이 동네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한번 기울어진 가운은 다시 어찌할 도리 없이 신발집이 몰락하자 청계천변 사람들의 마음은 어둡게 된다.

민 주사는 요사이 마음이 우울하다. 마작노름으로 족히 사오백 원을 날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민은 그뿐이 아니다. 그는 경성 부회의원 선거전에 출마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에, 다른 후보 자들의 운동원들이 이 일을 폭로할까 봐 걱정이 태산 같다. 또한 안성집이 자기 눈을 피해 젊은 학생놈하고 좋아지내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발견하고는, 가슴이 내려앉을 지경이다. 민 주사는 입 안에 가득 고인 쓰디쓴 침을 길바닥에 탁 내뱉고 천변길을 우울하게 걸어간다.

신수 좋은 포목점 주인은 남쪽 천변을 걸어간다. 그는 자기의 매부가 선거에 출마하기 때문에 '밑천 들지 않는 인사' 라도 열심히 하려고 정신이 없다. 민 주사의 선거사무소는 제법 활기에 넘쳐 있다. 돈을 많이 뿌린 까닭이다. 그럼에도 민 주사는 자기가 어째 꼭 헛수고만 하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다. 갑자기 자기가 변변치 못한 인물로 생각되어져 '부회의원'이란 것이 당치도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민 주사는 낮에는 선거 때문에 부산하고, 밤에는 학생 놈과 붙어 지내는 안성집 처리문제에 마음이 괴로워, 잠깐 동안에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만돌어멈 드난살이를 하던 한약국집에서도 쫓겨나, 어디론가 정처 없이 사라져 버린다. 동네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 이쁜이는 남편의 바람기에 시달린다. 그리고 선거는 마침내 끝이 났는데, 민 주사는 선거에 패배해 병석에 누웠다. 젊은 학생 놈과 안성집이 눈에 삼삼하다. 마음고생한 끝에 민 주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담판을 벌이려고 안성집을 찾아간다.

순진한 시골색시였던 금순이는 가족과 헤어져 기미코, 하나코의 방에서 함께 생활한다. 조석 준비와 세탁, 그리고 재봉질이 그녀의 중요한 직무다. 광교에서는 점룡이가 아이스케키를 팔고 있다. 우연히 금순이는 헤어졌던 동생 순동이를 만난다. 순동이는 한양 구락부라는 당구장에서 게임놀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순동이는 모범적인 소년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각처로 밥거리를 구하여 고생이라는 고생은 다 해본 터이라 성실하였고, 그래서 주인과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아버지 용서방은 새어머니의 행실이 정숙치 못해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 그는 지금보다 더 불행한 적은 없었 다며 입맛을 다신다. 계집 경영하기 어려움은 용서방보다도 오히려 민 주사가 좀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한편 좋은 집안의 가문으로 시집간 카페 여급이었던 하나코는 시집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집온 지 달반도 못되어 하나코는 극도로 마음과 몸을 상했다. 시어머니의 구박은 물론이고, 하인배들의 멸시, 그리고 믿었던 남편의 마음조차도 변해버렸다. 전 처 소생의 아이들도 끊임없이 괴롭힌다. 이쁜이도 사정은 마찬가 지다. 마침내 이쁜이는 서방에게 쫓겨 어머니에게로 돌아온다. 외로운 어머니는 이번에는 다시 이쁜이를 그 집에 보내려 하지 않고, 이튿날로 필원이를 시켜 딸의 세간을 모조리 찾아온다. 이발 소의 귀여운 소년 재봉이는 젊은 이발사 김서방과 밤낮 다툼을 하면서도 좀처럼 이발소를 떠나지 않는다. 이제 얼마 안 가서 이발사 시험에 어렵잖게 합격하리라는 것이 이발소 주인의 말이다.

 

다음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