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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전/② 고전 해제

제 2장 <동양문학> 탁류

by Be_ni 2024. 1. 31.

탁류

예리한 현실비판 의식과 문학에 대한 진지한 탐구, 그리고 풍자 정신을 통해 한국 근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채만식의 장편소설. 이 작품은 군산지방과 옥구지방을 배경으로 하여, 몰락한 정주사의 큰딸 초봉이의 삶을 통해 30년대 식민지사회의 어지러운 시대상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작품 속에는 사기와 간통, 모함과 살인사건이 이어지고, 일제의 경제적 침탈과 이로 인해 한국인들이 속악해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른바 '세태소설' 이다.

 

생애와 작품활동

처음으로 풍자성을 도입한 풍자작가 채만식은 전북 옥구군에서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1918년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한다. 1920년 그는 집안 어른들의 권고로 고향에서 결혼했으나, 자의에 의하지 않았던 그의 결혼 및 가정생활은 내내 행복하지 못했다.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혼자 상경, 생활하던 채만식은 1922년 중앙고보를 졸업하고 도일,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에 입학하나, 이듬해 관동 대지진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했다.

그는 1924년 〈조선문단>에 단편 「세 길로」가 추천됨으로써, 문 단에 등단한다. 1926년 <조선일보> 기자를 지내며 단편 「산적」을 비롯한 다수의 단편 · 희곡작품을 발표했으나, 초기의 작품들은 별반 주목을 끌지 못했다.

1930년대 초 그는 '카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동반자적 입장에서 1932년에 단편 「부농」 「농민의 회계보고」 1933년에 중편 「인형의 집을 나와」 1934년에 「레디메이드 인생」을 발표한다. 그의 자전적 소설인 「레디메이드 인생」은 그의 대표 작 중의 하나로, 사회현실에 낙오되어 좌절한 교양적인 지식인의 초상을 통해서 지식인을 소외시키는 당대사회의 물질적인 맹목성을 비판한 것이다.

1936년 채만식은 <조선일보>를 사직, 본격적인 문학창작에 전념한다. 단편「명월」을 비롯해 「쑥국새」 「순공 있는 일요일」 「사호일단四號一段」등 서민생활에 어린 전래의 생활감정을 그린 작품 등을 발표하는가 하면, 식민지사회 세태를 풍자 혹은 폭로한 다수의 작품들을 발표한다. 1937년에 발표된 치숙은 부정되어 야 할 인간형을 긍정하고, 긍정되어야 할 인간형을 부정하여 풍자 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태평천하』(1938), 『탁류』(1939)는 그의 문학의 사회의식과 풍 자적 특성을 포괄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장편인데, 『태평천하』는 단순한 인물의 풍자가 아니라 이민족의 지배를 받는 현실을 '태평천하'로 믿는 고리대금업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대의 암흑 을 풍자한 작품이고, 『탁류』는 군산이라는 지방도시를 배경으로, 1930년대 소도시의 생활을 제시하면서 초봉이라는 기구한 여인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태평천하』가 부정적인 인물들의 몰락과정을 그리면서 마지막에 긍정적인 인물이 나타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면, 『탁류』는 긍정적인 인물의 몰락과정을 보이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1940년에 단편 「차 안의 풍속」「냉동어」등을 발표한 채만식은 가난과 지병에 시달리며 계속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나, 일제의 탄 압과 강요에 의해 그들의 성전신체제聖戰體制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만다.

1945년 옥구로 낙향하여 해방을 맞고 이듬해 이리로 이사한 그 는 창작을 계속, 단편 「미스터 방」 「처자」「민족의 죄인」등을 발 표하고 중편「소년은 자란다」를 발표하나, 무리한 집필과 가난으로 지병이 악화, 1950년 사망했다.

 

문학적 특성

대한 논의는 1970년대 들어 본격화된다. 왜냐하면 1960년대만 해도 '동반자 작가' '세태소설가' '풍자소설가' 등으로 규정되어, 비평가들이나 문학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최서해나 김유정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70년대 들어 김윤식 · 김현 · 신동욱 등에 의하여 그의 문학의 사회의식이 집중적으로 조명됨으로써 긍정론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의 문학에 관한 사회적인 논의는 불가피하게 그의 문학의 또 하나의 주요 특징인 풍자적 수법과 미의식의 문제와 관련되는데, 기왕의 연구업적의 재검토를 포함하여 앞으로 방법론의 심화와 개별적인 작품론 등에 의하여 양자의 관계가 보다 선명하게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판정신과 풍자성

현실에 대한 비판정신은 채만식 문학의 중 요한 특성의 하나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식민지시대의 한국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정신은 그의 20년대 초기작에서부터 해방 이후의 후기작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 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비판정신은 직접적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식민지시대의 여건하에서 제약을 면할 수 없었고, 당대의 부정적 사회현실에 대한 우회적 비판의 방법으로 그가 취한 것이 풍자였다.

채만식은 초기에는 당시 유행하고 있던 프로문학에 대한 동반 자적 경향을 보이다가, 그 후 우리나라 지식인이 처했던 근대적 운명을 소재로 그의 독특한 재치를 가미시킨 풍자성이 강한 사회 소설로 전환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풍자 방법은 그의 문학활동 시기 및 작품의 제재에 따라 상당한 굴곡을 드러낸다.

그의 문학의 풍자적 특성은 「레디메이드 인생」 「명일」등과 같은 실직 인텔리를 다룬 작품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실직 인텔리를 대표하는 작중인물들은 작가와 동일한 환경과 처지에 있어서 대상에 대한 비판이 자기에게로 향하고, 따라서 자기 풍자의 성격을 띠고 있다.

풍자를 통한 채만식의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은 해방 후 그의 일련의 작품 속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일제시의 살인강도가 해방 후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이 된다는 이야기의 「맹순사」나, 일제의 하수인이었던 자가 해방 후 애국애족을 부르짖으며 국회의원에 입후보한다는 이야기의 도야지」등은 해방 후 혼란한 시대현 실을 풍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역사의식 및 시대정신

채만식의 문학은 순수문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1930년대 문학적 풍토 위에 서 매우 분명한 사회의식을 보여주며 전개된다. 문단 등장 후 1930년 무렵까지는 대체로 자전적 요소가 짙다. 그러나 30년대 이후 그는 구체적인 현실문제를 통해서 매우 뚜렷한 사회의식을 보여준다. 채만식의 사회적 관심사는 첫째, 당대의 실직 인텔리들 의 고뇌와 궁핍한 생활의 실상이다. 이러한 제재를 다룬 대표작이 「레디메이드 인생」이다. 여기서 그는 주인공 P를 통하여 식민지 시대하 도시에서 할 일 없이 서식하는 인텔리 계층의 궁핍상과 식 민지교육제도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는데, 주인공인 P가 대표하는 당대 실직 인텔리의 모습은 「명일」의 주인공 범수, 「치숙」에서 병든 사회주의자인 아저씨, 「소망」에서 광태를 연출하는 남편, 「패배자의 무덤에서 자기 분열의 자책 끝에 자살하는 종택 등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사회적 관심사는 하층민들의 생활양상인데, 「부촌富村」 「농민의 회계보고」등에서 식민지시대의 모순된 농촌사회의 구조에 대한 관심이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장편 『탁류』에서는 도시 하층민의 현실로 나타난다. 『탁류』에서 도시의 밑바닥에서 최저한의 생활수준과 최대한의 각박하고 빈약한 정신상황 속에서 살고 있는 도시 하층민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그의 당 대사회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주고 있다. 채만식의 사회의식은 30 년대 말경부터 40년대에 씌어진 「제향날」「어머니」등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역사소설을 통해 보다 포괄적으로 드러난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도식적 역사주의, 성격창조의 미비 등으로 말미암아 당대의 현실을 포괄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지만, 개화 기라는 신 · 구 역사세력의 교체기에 닫힌 사회에 충격을 가해진 보의 지평을 여는 평민부농 · 중인 양반계층의 자발적 이탈자들이 보여주는 비극을 그림으로써, 민중세력 속에서 역사의 추진력을 찾는 '민족적 진보주의'라는 진보주의적 사관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

정주사: 노름에 빠져 가정을 파탄에 빠뜨리는 초봉의 아버지.

초봉이: 여주인공. 예쁘고 착하나 봉건적인 여성관으로 희생당하는 처녀.

박제호: 탐학한 인물로 제중당 주인.

남승재: 초봉을 사랑하고 의협심이 강한 인물.

장형보: 꼽추이며 간교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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