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주요내용
금강… 이 강은 지도를 펴놓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이렇게 어렵사리 서로 만나…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란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풀려나간다.
정주사의 딸 초봉은, 아름답지만 극히 수동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기 집에서 하숙하는 의학도 남승재를 사모하지만, 부모의 타산 적인 강권에 따라 은행원인 고태수와 결혼한다. 그러나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태수는 정을 통하고 있던 여인의 남편에게 죽고, 초봉은 그를 탐내는 꼽추 장형보에게 겁탈당한다. 태수가 죽은 직 후, 초봉이 일하던 약국 주인이었던 박제호가 초봉을 첩으로 삼고, 그 얼마 후 초봉은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딸을 낳는다. 딸 송희에게만 정성을 쏟는 초봉에게 제호는 곧 싫증을 내 장형보에게 초봉을 넘긴다. 초봉은 자기 신세를 서러워하면서도 장형에게는 돈을 요구해 친가의 살림을 돕는다.
그러나 어느 날, 딸에게 함부로 구는 형보에게 격분을 참지 못한 초봉은 그를 발길로 차 죽이게 된다. 그리고는 자살을 결심하 지만, 집으로 찾아온 승재와 여동생 계봉은 이를 만류한다. 의사가 된 승재는 그 사이 초봉과는 딴판으로, 적극적이며 주관이 뚜렷한 계봉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 처지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 는 초봉은, 승재가 자신을 아직 사랑하며 기다려줄 것을 믿고, 자살 대신 징역살이를 택하겠다고 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초봉의 아버지 정주사와 어머니 유 씨는 물질적인 풍요를 무엇보다도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윗감으로 태수를 택할 때도 은행원인 태수가 초봉에게 풍족한 생활을 보장함은 물론, 자신들에게도 물질적인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하며 자식을 희생시킨 부모다. 채만식은 이들에게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특히 정주사의 묘사에 있어서는 그의 장기인 풍자 도 활용하고 있다.
사실 초봉은 가난한 의학도 남승재를 사모하면서도 부모의 강권대로 태수와 결혼하고, 거기에 심한 갈등을 느끼지도 않는다. 따라서 그녀는 이 작품 속에서 속물화된 세계에 의해 짓밟히는 여인상이다. 신교육을 받았고 아리따우며 기품 있는 초봉은 그러나 자기 나름의 주관이나 의지가 결여된 인물이다. 딸 송희를 향한 애정이 초봉이 지니고 있는 특징으로서는 유일하게 적극적인 것이다. 수동적이기 때문에 그는 부모의 의사에 따라 자기 운명이 굴절되도록 하고, 태수 · 제호 · 형보는 모두 1930년대 한국사회의 타락상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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