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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전/② 고전 해제

제 2장 <동양문학> 홍길동전(3)

by Be_ni 2024. 1. 24.

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최초의 한글소설

이 작품은 소설을 백안시하던 시대에 이런 소설, 그것도 한글로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우선 의의를 가진다. 그 구성이나 스케일, 그리고 인물의 성격묘 사는 근대문학에 미치지 못하지만, 혁명적 사회소설로서 당시의 사회모순을 대담하게 폭로하고, 민중에게 미래의 이상세계를 열어 준 우리나라의 계몽문학, 또는 저항문학으로서 금자탑을 이루고 있다.

이 소설은 우선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그 이후의 소설에서 찾기 어려운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즉, 이 작품은 도적을 주인공으로 한 '영웅소설', 양반가정의 모순을 척결하고 서얼차별의 불합리성에 항거한 '사회 소설', 이상향을 그리는 ‘낙원사상소설', 도교적인 둔갑법 · 축지법 등을 담은 '도술소설' 등 의 다양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성격은 사회개혁을 염원하는 사회 소설이다..

사상적으로는『수호전』의 혁명사상의 영향을 받은 듯하고, 도술 적인 표현방법은 『서유기』를 모방하였으며, 길동의 요괴물 퇴치작 전은 전등신화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그러나 주인공의 모델은 국내 실존인물로, 연산군 때의 홍길동이 주축이 되고 있으며, 그 후로도 명종 때의 임꺽정, 선조 때의 이몽학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국 건설에 대한 당시 선비들의 관념이 잘 반영되어 있는 점도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사회비판소설

15세기 중엽에 『금오신화』로 출발한 한문소설은 그동안의 쓰라린 현실적 체험을 통해 공상적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설로 약진하게 되었는데, 『금오신화』이 후 약 150년 후에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이 나온다.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비현실적인 성격의 괴기와 염정을 주제로 한 '여성적 문학'을 열었다면, 『홍길동전』은 서얼문제 · 탐관오리 문제 등 비교적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남성문학'의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길동이 도술로 적을 물리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기는 하나, 과제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실제적인 문제, 즉 적서차별의 가족제도 문제와 탐관오리의 숙청과 빈민 구제라는 사회적인 문제에 있다고 하겠다.

 

영웅소설

한편, 서사시나 전기소설적인 전체의 흐름은 영웅의 일대기를 기술하는 한국소설의 전통적인 면에서, 설 화시대와 소설시대의 교량적 역할을 하였으며, 그 도술적 요소는 이후의 전우치전』『서화담전』 등의 군담소설에 의해 계승되었다 고 할 수 있다. 이점이 우리 소설문학사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하겠다.

 

대동세계 묘사

이 작품은 '인간가치'의 평등을 전제로 펼쳐지고 있다. 적서차별의 철폐도 결국 정실 자식이든, 첩의 자식이든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보인 것이요, 권력자들의 재산을 털어 빈민에게 나눠주는 빈민구제사상도 결국 인간적 권리의 동등함을 나타낸 것이다. 이상국을 찾아 나서는 줄거리를 굳이 설정한 것은 현실에서는 이런 이념이 실현되기 어렵지만,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당위를 드러낸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동등하고 균등한 인간가치를 제약하는 요소가 바로 '모순'이라면 이 모순을 극복하고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대 동사회를 그린 소설이 바로 『홍길동전』이라 하겠다. 

 

선의 3대 의적

홍길동 · 임꺽정 · 장길산, 소설로써 우리에게 친숙한 이들은 역사 상 실존인물이다. 홍길동은 연산군 때 충청 · 경기 일대를 무대로 활 약한 의적이고, 임꺽정은 명종 때 황해도를 누비면서 조정을 위협했던 대도大盜였다. 황해도 구월산의 영웅 장길산은 숙종 때 용맹하고 신출귀몰한 도적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대의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억압에 반기를 들었기에, 정부에게는 반역자였으나 민중들에게는 통쾌한 대리만족을 주었다는 점이다. 민중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던 이들은 훗날, 당대 최고의 작가들에 의해 소설로써 형상화되어,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다. 즉, 홍길동은 광해군 때 허균이 소설화했고, 임꺽정은 이광수 · 최남선과 함께 '조선의 3천재'로 불렸던 월북작가 홍명희가 소설화하여, 한국 역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장길산은 70~80년대에 황석영에 의해 10권짜리 역사 대하소설로 출판되어, 현재 판매부수가 50만 질 500만 권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장길산은 끝내 잡히지 않아 아직도 그 행방이 묘연한데, 작가는 지금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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