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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전/② 고전 해제

제 2장 <동양문학> 유림외사(2)

by Be_ni 2024. 2. 10.

『유림외사』의 주요내용

『유림외사』에서 '유림' 이란 선비사회를 뜻하고 '외사'란 야野 에 있는 자가 남몰래 쓴 역사적 사실이란 뜻이다. 원본 은 50회였으나 전해지지 않으며, 현재 가장 유행하는 것은 55회 본으로, 『홍루몽』과 함께 청의 백화소설(구어소설)의 대표작이다.

『유림외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과거시험의 합격만을 목적으로 하는 청의 실존인물을 염두에 쓴 듯하나, 청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 멀리 명대의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유림외사』에 표현된 당시의 세계는 입신양명의 모든 길이, 오 직 과거시험으로 통했다. 중국의 과거제도는 관리의 등용이라는 목적 이외에, 전제군주제의 유지와 지식인의 사상통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는데, 과거에 합격한 자들은 세상의 부와 명예를 하루아침에 얻는 줄 알고 있었다. 반면 낙방은 단순한 실패만이 아니라, 선비로서의 품위 유지도 어려움을 뜻했으므로, 모든 지식. 인은 이 등용문에 오르고자 광분하며 온갖 수련을 쌓았다.

 

팔고문의 해악

특히 명대에 시작된 팔고문의 답안작성법은 글 자수까지 엄격히 제한하여, 과거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성현의 말씀이나 명구만을 인용하여 답안을 작성하는 자가 유리하였다. 이를 위해 선비들은 까다로운 형식의 습득에 그들 의 정력을 낭비하였고,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답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일찍이 고염무가 말하기를 “팔고문의 폐해는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맞먹는 것이다. 인재를 훼손함이 선비를 들판에 묻어 죽인 것보다 더욱 심하니 그때의 일은 단지 46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부패한 관료사회

과거의 합격자들은 전제군주의 관료로서 백성 위에 군림하고, 그들의 무능 위에 유교의 형식주의가 가세해 부패한 관료사회를 형성했다. 거기에는 부귀와 권력에 대한 욕망 · 사대주의 · 몰염치 · 무정견 · 교환 등 온갖 인간적인 악덕이 활개를 쳤다. 이 책의 내용은 이와 같은 사회의 모습들을 그린 것인데, 작가는 이 비인간화 과정과 그 양상을 여러 등장인물의 일상생활을 추구하면서 여실히 그려나갔다.

이 소설에는 일관된 줄거리나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끌어가는 특정한 주인공은 없다. 또 이렇다 할 기복도 없다. 수많은 인간이 이합집산하며 다양한 일상적 사건을 일으킨다. 그런 점에서 오락성은 작으며, 작가의 필치도 겉보기엔 담담하다. 그러나 이 담담한 필치 속에 날카로운 풍자의 칼 끝이 숨겨져 있어, 그것들이 집적되어가는 동안 온갖 강렬한 인간의 유형이 그려진다.

60살이 될 때가지 과거의 첫 시험조차 합격하지 못하고, 더욱이 생활능력도 전혀 없는 호인好人, 겉으로는 풍류와 의협을 가장하 고 있으나 급제를 하지 못해서 불평이 대단한 귀공자, 그것을 이 용해서 단물을 빨아먹는 무뢰한, 초대받은 일도 없는데 오늘은 어떤 대관의 집에서 음식대접을 받았노라고 허풍을 떠는 서생, 먹는 일과 팔고문밖에 모르는 사람, 그 외에도 무수한 인간유형이 등장한다.

앞에 열거한 타입과는 대조적으로 과거에 관심이 없는 바람직 한 인간들도 등장하는데, 그중의 한 사람은 작가 자신을 모델로 한 것도 있다. 포도청의 관리·소금장수 · 하인 · 불량배 · 중· 신선가 · 장돌뱅이 · 농민 등 온갖 계층의 인물이 등장해서 선비와의 교섭이 전개되고, 당시 사회전체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장사꾼과 농민 등 서민의 모습은 가난하지만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어쩌면 작가도 그것을 의도하고 그렸는지도 모른다.

부패나 악덕에 대한 작가의 증오가 항상 예리한 지성과 청순한 인간애로 말미암아, 모든 인물들이 공감을 주고 있고, 악이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하는 풍자적 필력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