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위에서 본 것처럼, 작가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과거합격만을 목적으로 하는 선비들의 생활을 언급하면서, 재물과 권력에 대한 욕망, 예교의 허위성 등을 폭로하는 한편, 그들과 사귀는 상인 · 승려 · 배우 · 농민 등의 생태에도 눈을 돌려, 부패한 상류계급과 가난하지만 건전한 서민을 대비시킴으로써 당시의 사회구조를 냉소적인 필치로 묘사했다. 주로 전반부에는 시대의 희생자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는 인물을, 후반부에서는 과거에 등을 돌리고 자유를 사랑하는 인물을 묘사하고 있다.
풍자소설의 백미
그러나 『유림외사』의 참다운 가치는 무엇보다도 풍자문학적 요소에 두어야 할 것이다. 풍자소설의 가치는 표현의 정확성과 객관적인 창작태도에 있는데 작가는 풍부한 해학성을 잃지 않고 이 작업을 완벽하게 해냈다. 노신은 “오경재는 이 책을 지으면서 사심 없는 마음으로 당시의 폐단을 지적하였으며, 특히 사림을 날카롭게 공격했다. 그의 문장 은 완곡하면서도 풍자가 많은 까닭에 족히 풍자의 글이라고 칭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의 세계는 어둡고 비극적이다. 이것이 풍자문 학으로서의 최후의 단계인 것이다. 이 책에 나타난 풍자수법은 높은 수준에 이르러, 세련되고 생동적인 언어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중국 고전풍자문학의 걸작으로 간주되고 있다. 흔히 풍자소설의 경우엔 내부적으로 서로 모순 상반되는 두 세계를 내포하게 되는 데 그것은 부정과 긍정의 양면성이다.
작품 속에는 부귀공명만을 꿈꾸는 주진 · 범진 등과 “부귀공명에 뜻이 없는 듯한 자태를 꾸며대며 제 스스로 청고 하다"는 양집 중 · 경란강 같은 속물들을 묘사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추악한 유 학계의 군상과 대비시켜 이상적인 인물들도 등장시키기고 있다. 이는 왕면 · 두소경 · 장소광 등의 세계로, 이들은 부귀공명 대신 문행 출처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이곳 사람들은 높은 꿈을 갖고 있으며, 도덕적인 면에서 훨씬 우월한 위치에 있다. 『유림외사』의 작품골격은 이러한 두 세계의 대조로 형성되어 있다.
서민에 대한 희망
이들 외에도 작품에 마지막에 나오는 시정의 소시민에게도 작가는 희망을 걸고 있는 데, 시정의 소시민이란 거리에 사는 4명의 기인들을 말한다. 즉, 절에서 자랐고 글쓰기에 능한 고아 계하년, 화지통을 파는 장기선 수 왕태, 그림 그리기와 책 읽기를 즐기는 개관, 거문고를 탈 줄 아는 재봉사 형원 등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노동으로 살아가면서도 권세가들에게 아부하지 않고 공명과 재물을 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현인명사들에게 실망한 나머지 소박한 노동으로 살아가는 평민들에게 희망을 거는 것이다.
청대에는 명대에 이어 소설, 특히 장편소설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장편소설의 종류는 애정 · 의협 · 사회소설로 나누어지는데, 애정소설의 대표작은 조설근의 『홍루몽』이고 의협소설의 대표작은 문강의 『아녀영웅전兒女英雄傳』과 석옥곤의 『삼협오의三俠五義』다. 사회소설의 대표작이 바로 『유림외사』다.
평가
오늘날 중국문학계에서 작가나 『오경재』에 대한 연구열 은 고조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것은 문학사가들이 오경재를 역대 중국문인들을 제쳐놓고 굴원 · 도연명 · 두보 · 이백과 동렬에 올려놓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민국 수립 이후에는 국어에 의한 탁월한 표현력과 사회비판정신이 인정되었다. 다만 내용에 있어, 아직 봉건적인 잔재가 남아 있으며 곽효자가 강에 들어가 부친을 찾는다는 얘기 등은 너무 산만한 감도 없지 않으나, 청 말의 『관장현형기』『20 년 동안에 본 기괴한 현상들』등의 견책소설 등은 후세의 문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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