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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전/② 고전 해제

제 2장 <동양문학> 노잔유기(2)

by Be_ni 2024. 2. 13.

작품의 주요내용

『 노잔유기』는 음악이 쓴 유일한 소설이자, 자전적 소설이다. 내용은 몰락한 관리의 아들인 노잔이라는 주인공이 각지를 편력하면서 당시의 정치상과 사회상을 듣고 보며 폭로 · 비판 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장희 소설로 본편 20회와 속집 6회 등 모두 26회 본으로 내용은 크게 셋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소설의 서론 부분으로, 꿈의 형식을 빌어 당시의 중국에 대한 자기의 총체적인 견해를 썼다. 떠돌이 의사 노잔은 산동의 천승이라는 고을을 지나다가, 매년 여름이면 온몸에 종기가 나서 고생하는 산동의 부호 황서화를 만난다. 황은 거금을 뿌려 백방으로 고명한 의사와 귀한 약을 구해 썼으나 효험이 없었는데, 노잔이 이를 치료하여 준다. 이로 인해 며칠 동안 그 댁에 머문다. 하루는 친구 두 사람과 함께 바닷가에 일출구경을 갔다가, 북방과 동방에서 검은 구름과 함께 폭풍이 몰려오는데 한 척의 커다란 배가 표류하다가 이 폭풍을 만나 침몰직전에 놓인 것을 보게 된 다. 여기서 북방과 동방의 검은 구름은 러시아와 일본을 가리키는 것이며 거대한 배는 중국을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침몰직전의 배 안에는 4가지 종류의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①선장과 키잡이 ②승객들을 약탈하는 하급선원 ③혼란한 배 위에서 연설하는 사람들 ④승객들이다.

첫째 집단은 상층 통치집단인데, 이런 혼란의 원인을 그들의 책 임으로 돌리지 않고, 다만 그들은 태평양에서 태평한 나날을 보내 다가 갑작스런 폭풍에 당황할 뿐이라는 것이다. 즉, 청말의 위기 상황에 대해 지배계급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도의 책임만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유형은 나라 상황은 돌보지 않고 못된 짓을 하는 하급관 리들인데, 작가는 이들에게 불만을 품고 이들을 주로 견책하였다.

셋째 유형은 손중산을 대표로 하는 부르주아 계급 혁명파들을 지칭하며, 이들을 “저는 돈 벌 궁리를 하면서 남은 피를 흘리게 하는 영웅"으로 몰아세웠다.

넷째 부류는 백성들인데, 작가는 그들 중 혁명에 찬성하는 사람을 '철도 모르고 남에게 이용당하는 사람들로 보았다.

노잔은 이 배를 구하는 방법은 배를 모는 사람에게 가장 정확한 나침반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여겼다. 보다 못해 그 배를 구하려고 나침반과 6분의를 가지고 그 배에 가서 선장에게 주려고 했더니, 선원들과 선동자들은 그것이 서양 것이며, 그것을 받으면 서양인들에게 팔려가게 된다면서 노잔을 매국노라고 욕하며 죽이 려 한다. 그러자 배는 그만 산산조각이 나고 노잔도 함께 물에 빠 진다. 문득 깨어보니 꿈이었다.

둘째, 노잔은 제남으로 발길을 돌려 중국의 아름다운 산천과 문 물을 돌아보고 극장에서 중국의 훌륭한 노래를 감상한다. 여기서 잠시 천불산과 대명호에 관한 묘사를 보자.

가을날 이른 아침, 노잔은 역정을 구경하려고 작화 변에 와서 쪽배를 얻어 타고 노를 저어 어느 사당 앞에 이르렀다.

 

"철공사 앞에 이르러 눈을 들어 남쪽을 바라보니, 맞은편에 천불산이 바라다 보였는데, 산 위에서는 절과 중들의 집이 창송 취백들과 어깨를 다투며 서 있는데, 붉은 것은 타고 흰 것은 새 하얗고 푸른 것은 남색으로 보이며, 녹색은 초록색으로 보였다. 그런 사이에 단풍이 드문드문 섞여 있었다. 마치 송대사람인 조 천리의 큰 그림 한 폭으로 수십 리 긴 병풍을 둘러친 것 같았다. 찬탄을 마지않는데 홀연 어부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기에 눈을 돌려 호수를 바라다보았다. 어느새 명호가 거울같이 맑아졌다. 천불산이 호수물 속에 거꾸로 비껴 있었다. 물속에 비친 누대와 수목이 유난히 빛나는데 호수 위에 서 있는 천불산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고, 더 똑똑히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렇듯 아름다운 강산에 천재가 일어난다. 그것은 재 산과 인명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수재로 인간을 괴롭힌다. 생활이 곤궁하자 사방에 도적이 횡행하고, 관리들은 도적을 잡기 위해 혈 안이 된다.

중앙정부에서는 유능하고 청렴한 관리를 파견하여 도적을 잡고 백성을 위무케 한다. 그러나 이들 관리들은 청렴하다는 미명하에 도적과 내통한다는 혐의만 있으면, 죄가 있건 없건 무조건 잡아다 극형에 처한다. 이에 따라 백성들은 도적에게는 재물을 빼앗기고 관리에게는 목숨을 빼앗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작가는 16회 말에 이 소설의 주지를 이렇게 자평하고 있다.

“탐관오리를 미워해야 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청렴한 관리가 더욱 밉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탐관오리는 그들 자신의 결점이 있기 때문에 공공연히 드러내놓고 나쁜 짓을 못하나, 청렴한 관리는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무엇이든 못할 짓이 없다고 생각하고는 자기 멋대로 일을 처리한다. 이런 것은 작으면 사람을 죽이나, 크면 나라까지 망치게 된다. 내 자신이 친히 본 것만도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역대소설들은 모두 가 탐관오리의 악을 썼을 뿐이며, 청렴한 관리의 악을 든 것은 「노잔유기』가 첫번째다.”

이것은 바로 이 소설이 청관들의 실정을 나무라고 백성들이 어떻게 박해받는가를 폭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셋째, 주인공 노잔은 막후에 숨고, 신자평이라는 선비가 도화산 桃花山에 들어가 황룡자라는 도인과 어떤 처녀와 대화하는 부분이다. 그는 공맹사상이 송대의 유학자들에 의해 왜곡되었다고 통박 하고는, 예언의 형식을 빌어 '북거남혁北擧南革'이라는 말로 중국의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 북거는 의화단 사건으로, 이 소설을 쓰기 전에 이미 종국을 고한 것이고, 남혁은 남방에서의 혁명을 일컫는 말이나, 당시에는 이미 손문 등이 활발하게 혁명하게 활동하 고 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