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적 의의
시인은 시대 속에서 살면서도 시대를 초월하고 유파 속에 있으면서도 그 유파를 뛰어넘는다. 우리 문학사에서 지용이 바로 그런 사람이 아닐까? 소월 · 지용 · 목월을 잇는 전통적정 서와 가락에 따라, 지용은 민요시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고, 영랑과 함께 순수문학파의 거장이었으며, 신감각파라는 원치도 않은 형용 사가 붙게 되었다. 그는 또한 그 다음 세대에서는 선구자의 위치에 서 김기림 · 김광균 · 신석정 · 이상 등과 함께 모더니스트의 거장이 되었다. 그의 시는 도시의 문명적인 현대정신보다는 향토적 소재를 통한 향토정서 또는 서정성 등의 다양한 요소가 있다. 이런 의미에 서 그는 김기림 김광균과도 다른 결의 모더니스트였다. 그들은 사 상적 한계를 가졌으나, 지용의 경우는 기독교적 신앙의 주제와 사 상으로, 이러한 모더니즘의 한계를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8·15 이후 지용의 사상전환은 그가 영영 문학에서 사라져버린 결과를 초래하였으나, 문학사적 위치로 볼 때 30년대 문학의 최고 정점에 섰던 그의 공적은 그가 사라진 뒤의 청록파 시인을 배출한 것으로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하여 현대 한국시사에서 지용의 위치를 말한다면 20년대의 소월, 30년대의 지용, 40년대 의 목월로, 우리 전통 시의 계보를 이어주었다.
투명한 언어, 감각적 이미지로 우리 현대시를 풍요하게 가꾸었던 지용의 문학은 오랜 공백기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독자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는 우리말의 무한한 가능성을 개척하는 영광스런 역할을 했으면서도, 우리 문학사에서 실종되는 비극을 겪어 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우리말의 비밀을 알고 말을 휘잡아 조종하고 구사하는 놀라운 천재이자, 한국인에게 영원한 고향의 이미지를 깨우쳐준 시인'으로서 그 빛을 더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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