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의 내용
벵골 인의 정서로 아름다운 영혼을 노래한 이 작품집은 1909 년에 발표된 벵골 어판에는 157 편이 수록되었고, 1912년 작 자가 직접 영역한 영어판에는 103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 영역판 에는 예이츠가 서문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1923년 김소월의 스승인 김억에 의해 "읽으라, 그러나 씹어서 읽으라”라는 역자의 말과 함께 번역 · 소개되어 만해 한용운 등에게 영향을 주었다.
'기탄잘리'라는 제목은 '평화의 노래'로 번역되었지만, '기'는 '노래' 란 뜻이고 '안잘리'는 '합장'의 뜻으로, 인간과 신, 혹은 자연과의 합일의 경지를 노래하고 있다. 『기탄잘리는 수록된 시마다 제목 대신 번호가 붙어 있는 것이 독특하다. 한편으로서의 독립된 뜻도 있지만, 일종의 연작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생과 사의 문제, 그리고 인간의 신에 대한 경건한 마음과 인간의 종교적인 면의 불가피성을 노래하고 있다. 위대한 사상은 죄악의 인간으로 하여금 구원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여기 수록된 시 편들을 통해서 감지할 수 있다.
이 시는 애인을 그리는 사랑의 순정으로, 신을 사모하고 신을 존경하는 감동의 서정시요, 종교적인 기도시다. 또한 영국의 속박에서 시달리는 조국 인도의 참상과 영광을 노래한 애국시요, 민족 적 정열의 시다. 또 생사고뇌의 천태만상을 여러 가지 비유를 통해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표현한 서사적인 시요, 동시에 죽음에 임하는 마음의 자세와 그 뜻을 나름대로 풀이하는 종교적인 철학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신앙인은 자기 신앙의 뛰어난 표현을 여기서 본받을 수 있고, 또 모든 문화 관계자는 시상의 극치를, 일반인은 생 활의 목표와 행동의 지침 및 이념을 여기서 찾을 수 있으며, 전문 연구가는 동양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시각을 얻을 수 있다.
1
임께서 이 몸을 무한하게 하셨나이다. 이것이 임의 기쁨입니다. 연약한 이 그릇을 비우고 비우시어, 항상 새로운 생명으로 채우시나이다. 이 가냘픈 갈대피리를, 임은 산을 넘고 골짜기를 넘어서 가져오시어, 영원히 새로운 멜로디를 불어넣으셨나이다. 불사의 임의 손길이 닿자, 이 가냘픈 가슴은 기쁨에 좁은 울이 터져,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말을 하나이다. 임의 무궁한 선물은 극히 작은 이 손을 타고 오나이다. 세월이 흘러도 임께서는 끝없이 퍼붓건만, 아직도 채울 곳은 남았나이다.
23
사랑의 여행을 하시느라, 그대는 이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도 밖에 계시나이까? 벗이여! 하늘은 절망에 허덕이는 자처럼, 으르렁거리나이다. 이 몸은 이 밤에 잠 한잠 이루지 못했나이다. 몇 번이고 문을 열어 어둠 속을 내다보았나이다, 벗이여! 제 앞 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나이다. 임이 가시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나이다. 저 푸른 강, 어느 어슴푸레한 기슭에, 저 험한 숲 어느 먼 끝에, 또 어둠 속 어느 어지러운 구렁을 지나 그대 는 이 몸을 찾아오고자, 길을 더듬어 오시나이까, 벗이여?
46
얼마나 먼 옛날부터 임은 이 몸을 맞이하고자, 가까이 또 가 까이 오고 계시는지 알 수가 없나이다. 임의 태양과 별은 나 몰래 영원히 임을 가리어둘 수는 없나이다. 수많은 아침과 저녁마 다 임의 발길은 귀를 울려왔고 임의 전령은 내 가슴속에 찾아와, 은밀히 나를 불렀나이다. 오늘은 어인 일로 내 삶이 이다지 도 흥분하는지 알 수가 없나이다. 떨리는 기쁨의 느낌이 가슴속을 스쳐갑니다. 마치 세월이 내일을 끝마치게 하는 듯도 하나이다. 그래서 이 몸은 공기 속에서 임의 아리따운 모습의 어렴풋한 향기를 맡나이다.
95
내 처음으로 이 생명의 문을 건너던 순간을 깨닫지 못하겠나 이다. 한밤중 숲 속에 핀 꽃봉오리와도 같이, 이 거대한 신비로 향하여 이 몸을 한 힘은 무엇입니까? 날이 밝아 광명을 바 라보는 순간에, 내 이 세상의 낯선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나이다. 이름도 형태도 없고, 또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나를 낳은 어머니의 모습으로 그 팔에다 나를 안았나이다. 그럴지라도 죽으면 똑 같이 미지의 것이, 일찍이 알려진 바나 다름없이 나타나리다. 그 리고 내 이 생을 사랑하는 까닭에, 죽음도 사랑해야 할 줄 아나 이다. 어머니가 오른편 젖에서 아기를 떼어놓으면, 아기는 소리쳐 웁니다. 바로 다음 순간 왼편 젖을 찾아내어 위안을 받으며.
103
임에게 한번 인사를 올림으로써 내 주여, 모든 내 감각이 손을 뻗쳐 임의 발 앞에 있는 이 세계를 어루만지게 하여 주소서. 아직 떨어지지 않는 소나기의 짐을 지고 나직이 떠 있는 칠월의 비구름과도 같이, 임께 한번 인사를 올림으로써 온 이내 마음이 임의 문 앞에 머리를 숙이게 하여 주소서. 이내 모든 노래로 하 여금, 갖가지 다른 가락들을 한줄기로 모아 임께 한번 인사를 올림으로써, 침묵의 바다로 흘러가게 하여 주소서. 임에게 드리 는 한 인사로, 낮이나 밤이나 그들의 산에 있는 둥지로 되돌아 날으는, 향수에 젖은 학의 떼처럼, 나의 온 생명으로 하여금 그 영원한 안식처로 항로를 취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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