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주요내용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존재다"
“참된 인간은 잠시 어두운 충동에 동요할지라도,
옳은 길을 망각하지 않는 법이다"
“항상 노력하는 자는 구원받을 수 있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파우스트』는 비극 제1부 (1806)와 비극 제2부(1831)로 구성] 된 총 1만 2천여 행의 극시이다. 그 제1부만 놓고 본다면 다른 명작이나 다름없다. 파우스트의 사상적 고민, 거기서부터 자연과 인간생활에의 탈출, 그리고 그 유명한 '그레첸의 비극'의 사랑체험 등 '작은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제2부가 되면 '거대한 세계'의 체험이 되면서 무대는 더욱 확대되는 것이다. 제1부의 '그레첸의 비극'에 대응하는 '헬레 나의 비극'을 거쳐, 파우스트는 드디어 간척지를 개간하여 이상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2부는 너무 난해하여 작가자신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썼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 작품은「천상의 서곡」으로 시작된다. 분량은 짧지만 작품 전체의 형이상학적 의미를 요약하고 있어 중요하다. 악마 메피스토 펠레스가 주님 앞에 나타나, 신의 걸작인 인간도 대단한 것이 못되며 허락만 한다면 신의 종인 파우스트마저 신에게서 뺏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 말에 신은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한,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것이다"라면서 파우스트를 유혹해도 좋다고 허락한다. 의기양양한 메피스토펠레스는 "그 친구에게 쓰레기를 먹일 것입니다"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파우스트에게 무가치한 향락으로 유혹하여, 그의 영혼을 지옥에 떨어뜨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물의 주인인 신이 왜 신의 위업을 부정하는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는가 하는 문제도 여기에서 설명된다. "인간의 활동은 원래 이완되기 쉬운 것이어서 무제한의 휴식을 바란다. 때문에 나는 그 들에게 매개물을 내세워 그들을 자극하고 재촉하는 악마로서의 일을 시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천상에서의 신과 악마와의 내기 대화를 통해, 인간의 욕구는 일시적으로 잘못을 낳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신이 다스리는 세계의 질서와 조화하게 된다는 괴테의 낙관적인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제1부
제1부의 막이 오르면서 하늘 위에서의 내기 따위는 전혀 모르는 파우스트 교수가 서재에서 독백하는 장면 이 시작된다. “아! 어느새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쓸데없는 신학까지도 속속들이 연구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 가엾은 바보꼴이구나, 그렇다고 예전보다 똑똑해진 나라는 인간은 조금도 현명해지지 않았다." 그는 우주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인간의 지혜가 미칠 수 있는 모든 학문에 통달하였으나, 이에 실패했음을 한탄하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우주와 인간존재의 규명에 대한 학문적 노력에 회의를 느끼면서 새로운 충동을 느낀다. 즉 천국에 올라가고 싶은 욕망과 땅 위의 쾌락에 빠지고 싶은 욕망으로 번민한다. 그때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그를 땅 위의 쾌락으로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파우스트는 악마와 목숨을 건 계약을 맺고 정욕의 세계로 빠져든다.
악마는 그의 종이 되어 그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되, 만약 파우스트가 향락에 빠져서 정진을 그만두고 거기에 만족해버리면 그 순간에 그의 영혼을 빼앗아도 좋다는 것이었다. 즉 “내가 어느 순간을 보고,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하고 말하면, 너는 나를 꽁꽁 묶어도 좋다. 그대로 나는 망해도 좋다"라고 파우스트는 약속한다. 이리하여 파우스트를 타락시키고 그 영혼을 앗아가려는 악마와, 오히려 그 악마를 노예처럼 부리며 넓은 세계를 마음껏 체험하고 학문으로써 도달치 못한 우주의 근본이치를 규명해보려는 파우스트는 인생수업의 길을 떠나게 된다.
악마의 힘으로 젊어진 파우스트는 순수한 처녀인 그레첸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것은 악마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도 진실한 사랑이었다. 그리고 파우스트는 이 진정한 사랑을 통해, 지식보다 중요한 삶의 의미와 행복을 깨닫게 된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면에 잠재해 있던 사랑의 정열을 그레첸을 통해서 깨닫게 되고, 자아세계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그녀의 절대적 헌신성과 숭고한 사랑을 경험하면서 진정한 사랑을 인식하게 되고 보다 높은 차원으로 비상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악마의 농간으로 파우스트는 그레첸과 육체관계를 맺게 되고, 그레첸은 임신하게 되어 사생아를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갇힌다. 파우스트는 그레첸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설득하지만, 그녀는 이를 거절하고 하나님의 심판을 기다린다. 하늘로부터 “그 소녀는 구원되었다”는 소리가 들리고, 승천하는 그레첸은 "하인리히 하인리 히!" 하고 파우스트를 부른다. 이러한 그레첸의 구원은 인간의 어떠한 죄도 진실한 인간성과 양심으로써 정화될 수 있다는 괴테 특유의 종교관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해서 제1부는 막을 내리고, 파우스트와 그레첸의 영원한 인간적인 사랑이 다음 제2부의 마지막에서 파우스트를 궁극적으로 구원하는 열쇠가 된다.
제2 부
제2부는 5막으로, 제1부에 비해 내용이 훨씬 복잡하다. 제1부가 주인공의 가슴 속에 사는 두 영혼의 상극, 사랑의 기쁨과 거기에 유래하는 죄라는 개인적 체험(소세 계)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는 데 비해, 제2부에서는 주인공의 개 인적인 세계가 아닌 넓은 외부세계(대세계)와의 접촉을 통해 성장해가는 도정이 그려진다.
파우스트와 악마는 신성로마제국의 궁전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파우스트는 재정난에 빠진 로마제국을 위해 지폐를 마구 찍어내게 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황제의 궁정에서 영화를 누리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황제는 파우스트를 현자로 믿고, 그리스의 대표적 미남미녀인 파리스와 헬레네를 불러내보라는 분부를 한다. 이에 따라 파우스트는 악마와 상의하여 우주의 끝에 가서 헬레네의 형태만을 불러온다.
헬레네를 사랑하게 된 파우스트는 그녀를 소생시키기 위해 고전미의 세계인 그리스로 간다. 이 장면에서는 특히 괴테의 해박한 지식과 기발한 상상력이 종횡무진으로 발휘되고, 전대미문의 스펙터클이 벌어진다. 이곳의 묘사는 극의 진행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 만, 괴테의 세계관과 그리스의 미의 발생과정이 엿보인다.
드디어 현실의 연인이 된 헬레네는 파우스트와 결혼하여, 그들 사이에 오이포리온이 태어난다. 이 오이포라온은 영국의 천재시인 바이런을 암시하고 있다. 이 아이는 즉시 날 수 있게 된다. “자, 저를 뛰어오르게 해주세요, 아무리 높은 공중에서라도 치솟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벌써 그런 소원에 사로잡혀버렸어요" 하며 하늘 높이 날아다니다가 그리스의 이카루스처럼 언덕에 떨어져 죽는다.
오이포리온의 죽음을 계기로 파우스트와 헬레네의 사랑도 끝을 고한다. "행복과 아름다움은 줄곧 합쳐 있을 수 없다는 옛말이 섭섭하게도 이 한 몸으로 증명되었습니다”라고 헬레네는 말한다. 그리고 그 여자의 육신은 사라지고 의상과 면사포만 그의 팔에 남는다.
그러나 고전주의적 세계의 방문으로 이상이 풍부해져서 돌아온 파우스트는 미적 탐닉으로 이루지 못한 만족을, 인류사회의 공익을 위한 자신의 헌신적 노력으로써 얻으려 한다. “이 지구에는 아직도 위대한 일을 할 여지가 남아 있다. 놀랄 만한 일을 해내겠다. 사업이 전부일 뿐 명성은 허무한 것이다"고 말하며 건설사업에 착수한다. 그는 황제로부터 광대한 습지를 받아 개간하여 만인을 위한 옥토로 만들어보려는 의욕에 불탄다. 그리하여 그는 자유로운 민중과 함께 자유로운 토지에서의 삶을 꿈꾸고 전력을 다해 노력함으로써 지상에서의 정신적 만족을 얻는다.
100세가 된 파우스트는 요녀가 뿜어낸 입김으로 눈까지 멀어 앞을 보지 못하게 되지만, 마음의 눈은 더 밝아져 그때야 비로소 인생의 참된 의의를 발견한다. 이제 곧 완성될 새 땅에 오곡이 무르익고 만백성이 살아갈 모습을 상상하고 행복한 예감에 싸여,
"자유도 생명도 싸워서 차지하는 자만이 / 그것을 누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인간의 집단을 바라보며 /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함께 살고 싶은 것이다/그렇게 되면 나는 순간을 향하여 이렇게 부르짖어도 좋을 것이다/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진정 아름답구나!' 라고.”
하고 숨을 거둔다. 악마는 당연히 파우스트의 영혼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파우스트가 악마의 유혹에 빠져 향락이나 물질적 만족을 얻은 것이 아니라, 최후까지 시련을 잘 이겨낸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영혼은 구원될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때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항상 노력하는 자는 우리가 구원할 수 있다"고 약속하며 파우스트의 영혼을 악마로부터 보호하면서 그의 시체 위에 꽃송이를 뿌린다. 그러나 인간영혼의 궁극적 구원은 자력으로서는 한계가 있고, 천상의 은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괴테의 구원관이었다. 그의 영혼이 천국에 오르기까지에 는 하늘로부터의 은총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때 속죄하고 있던 옛 애인이자, 단테에게 있어 구원의 여인상인 베아트리체에 해당하는 그레첸이 파우스트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성모 마리아에게 은총을 빈다. 성모는 그 기원을 들어주며 “자, 이리 오너라, 보다 높은 하늘로 오르라! 그 사람도 너인 줄 짐작하면 따라오리라!"고 말한다. 뒤이어 "영원히 여성적인 것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신비의 합창'으로 장편시극 『파우스트』는 막을 내린다.
다음 글 읽기
'동서고전 > ② 고전 해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1장 <서양문학> 돈 키호테 (1) | 2024.01.19 |
---|---|
제 1장 <서양문학> 파우스트(3) (0) | 2024.01.18 |
제 1장 <서양문학> 파우스트 (1) | 2024.01.17 |
제 1장 <서양문학> 구토(3) (0) | 2024.01.17 |
제 1장 <서양문학> 구토(2) (2) | 2024.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