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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전/② 고전 해제

제 1장 <서양문학> 돈 키호테

by Be_ni 2024. 1. 19.

돈 키호테

동시대의 작가 셰익스피어가 '우유부단한 햄릿형'의 인물을 창조한 반면, 세르반테스는 ‘저돌적인 돈 키호테형' 적 인간을 그려냄으로써, 이후 문학사에 전형적인 두 성격 유형을 각인시킨 작품. 중세 기사도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시대착오적 편력기사의 모험과 좌절,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초래된 가치질서의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있다. 돈 키호테의 모험과 좌절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체험하는 인문주의적 인간의 자기발견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근대소설의 효시로 일컬어진다.

 

생애와 작품활동

하나님이 인간의 타락에 대해 이를 심판하려 하자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래도 세르반테스가 돈 키호테를 쓰지 않았습니까"라고 항변하면서 인간이 하나님께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이 작품을 꼽았다 한다.

스페인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세르반테스는 가난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가족과 함께 각지를 전전하며 정규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러나 길가에 떨어진 종이에 글자가 적혀 있으면 반드시 주워서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한다.

22세 때 이탈리아로 가서 추기경의 시중을 들었으며, 이때 르네상스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다음 해에는 세계 3대해전 중의 하나인 터키와의 '레판토 해전에 참가하였다. 이 해전은 그야말로 처절하여 그 자신도 훗날 “역사상 일찍이 없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지 않은 기념할 만한 숭고한 싸움”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전투에서 가슴에 총상을 두 번 입었고 세 번째 입은 총상으로 평생 왼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레판토의 외팔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 자신은 "바른손의 명예를 앙양하기 위해 왼손의 자유를 잃었다”며 끝까지 이 명예로운 부상을 자랑으로 여겼다. 실제로 “군인은 도망쳐 서 무사한 것보다 전장에서 죽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행동한 그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자세였다. 이 해전에서 보여준 그의 용감성은 주위를 감동시켰음이 그의 상관의 증언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양한 후에 동생과 함께 전공을 세우고 스페인으로 귀환하던 중 터키 해적선의 습격을 받아 알제리에서 5년 동안 노예생활을 한다. 그러나 그는 노예생활 중에도 절망하지 않고 탈출이라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고 시도하였다. 도중에 네 번의 탈출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하여 '숨긴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방까지 붙을 정도였다.

친구의 화를 염려한 그는 자진 출두하여 친구의 무죄를 주장하자, 성주도 그의 당당함에 감복하여 관대하게 대했다. 포로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던 그는 잔인한 성격의 성주까지도 반하게 만드는 인간적인 매력의 소유자였다. 33세 때 특사가 되어 11 년 만에 스페인으로 귀국하였지만, 여기서 세르반테스의 영웅적 시기는 막을 내린다.

귀국 후 그는 문필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몇 편의 작품을 썼지 만 주목받지는 못했고, 1584년에는 18년 연하의 처녀와 결혼하여 그녀의 지참금으로 잠시 안정된 생활을 하였지만, 부친의 죽음으로 가족을 부양하게 되어, 1587년 펜을 버리고 세빌랴로 가서 무 적함대의 식량 징발계원이 되었다.

이 시기에 그는 교회에서 파문을 당하기도 하고 세빌랴에서 감 옥생활도 하는 등 굴욕의 세월을 보냈다. 이러한 역경 속에서 그 의 이름을 영원케 한 『돈 키호테』(원제목: 재기발랄한 향사 돈 키호· 테 데 라 만차)가 탄생했다.

본래 그는 16세기 서구사회를 휩쓸던 중세 기사들의 허황된 무협 연애담을 희화화하고 조롱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 즉, 그는 기사소설을 사실로 믿고 날뛰던 당시 풍조가 사실과 거짓을 뒤섞고 왜곡되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포함해 이런 환상에 빠져 있는 무리들을 진실로 돌아오도록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출판과 함께 큰 호평을 받아 판을 거듭했지만 판권을 싼 값으로 팔아넘겼기 때문에 그의 생활은 여전히 어려웠다. 주로 금전문제로 여러 가지 의혹을 받으면서 불행한 생활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년의 그의 문학활동은 매우 활발하였다. 12편의 중·단편을 모은 『모범소설집』과 1615년에는 『돈 키호 테」 2부를 출판한 뒤, 1616년 4월 23일 셰익스피어와 같은 날에 별세했다.

 

인간정신의 두 유형: 돈 키호테형과 햄릿형

투르게네프의 분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동시대 작가로, 셰익스피어는 큰 고생을 하지 않고서도 비 극적 작품을 썼다면, 세르반테스는 감옥생활과 노예생활을 하는 등 비극적 삶을 살았지만 낙천적인 작품을 남겨 같은 시대에 살 았던 두 작가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두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햄릿』과 『돈 키호테』에서 제시되는 '우유부단한 사색 형’과 ‘저돌적인 행동형'의 대명사로, 이후 문학사에 뚜렷한 자리매김을 한다.

깊은 철학적인 사색과 비상한 관찰력으로 당대 지식인의 양심을 대변하고 있던 러시아의 대문호 투르게네프(1818~1883)는 '가장 새로운 영혼의 가장 뛰어난 작품'을 이미 250년 전에 쓴 위대한 두 작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그리고 그들의 조국인 영국과 스페인을 찬양하면서 두 작품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였다. 오늘날 인간정신의 두 유형으로 일컬어지는 '햄릿형'과 ‘돈 키호테형'은 그의 분석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돈 키호테형

두 작품은 우연하게도 17세기 초기에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다. 돈 키호테는 철저한 이상주의자로 그는 이상을 위하여 모든 것을 걸거나 생명을 바칠 각오마저 되어 있으며, 자신의 생명을 이상의 구현, 진리의 확립, 지상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자기 자신만을 위 해 살며 자신의 일을 걱정한다는 것은 그에게는 치욕이다. 그는 다만 자기 자신 이외의 것을 위해 산다. 그는 자기의 이웃과 형제들을 위해 살며 악을 근절시키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생각한 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서 '에고이즘'이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으며 그 자신은 바로 자기희생의 화신인 것이다. 그는 이처럼 확고부동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코 주저하는 법이 없이 저돌적으로 일을 추진한다. 그는 겸허한 마음과 위대한 영혼을 지 닌 용감한 인물이다.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그의 투철한 신념 은 그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는다.

그의 의지는 불굴의 의지, 바로 그것이다. 하나의 목표에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추구해나가는 그의 자세에서 우리는 그의 사상이 단조롭다는 것과 그가 지닌 지혜의 편협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고목과 같이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 고 있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으며, 자신의 목표를 쉽게 바꾸지도 않는다. 여기서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보다 높은 가치를 지향하는 '키호티즘’ (quixotism)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햄릿형

반면 햄릿은 '에고이즘'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그 까 닭은 햄릿에게는 확고한 신념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며 따라서 그는 철저한 에고이스트다. 이는 햄릿의 사색이 그 해답을 얻지 못한 채, 그가 자기 영혼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할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삶의 의의도 발견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따라서 그는 회의론자이며, 그 의 머릿속은 언제나 자기 자신의 문제로 가득 차 있다.

햄릿은 과장될 정도로 자신을 힐책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감시하고 자기 내부를 주시하는 것을 큰 만족으로 여긴다. 부왕이 햄 릿에게 복수를 부탁하나 햄릿은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며 자신의 우유부단함에 대한 구실을 찾는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이 세상에는 '햄릿형' 의 인간이 존재하며, 이런 유형의 인간은 사색적이고 뛰어난 지각력과 나아가서는 깊은 통찰력을 지니지만, 동시에 실천력의 결여로 인해 세상과 민중에 대해서는 기여하는 바가 하나도 없다. 반면 얼마쯤은 광인이라 할 수 있는 '돈 키호테형'의 인간은 하나의 목표만을 추구하며, 때로는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가 실재하지 않는 경우조차 있지만, 이들은 그 목표 이외의 것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이들이 인류 역사발전에 기여하고 민중을 이끌어간다고 투르게네프는 생각했다. 철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표현한다면 햄릿형은 자연의 근원을 이루는 ‘구심력’ (에고이즘)을 대변해주는 인물로 자기 자신을 중심 체로 간주하며 자기 주변의 다른 생물체는 다만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구심력 없이 자연은 존재할 수 없듯이 자연은 또 하나의 힘인 '원심력'이 없이는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원심력이란 모든 생물체는 다만 자기 이외의 다른 개체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법칙인데, 복종과 헌신의 이 원심력에 대해서 우리는 위에서 본 것처럼 돈 키호테형의 인물이 이 원칙을 표한다. 침체와 활동, 보수성과 진보성으로 대변될 수 있는 각기 상이한 이 두 힘은 모든 생명체의 근원을 이루는 힘이다. 이 두 힘은 우리에 게 꽃나무가 꽃을 피우는 원리를 설명해주며, 민중의 위대한 힘이 뻗어가는 발전과정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주요 등장인물

『돈키호테』는 허황된 기사도 정신을 따르는 인간의 부정에 대한 저항과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돈 키호테 : 라 만차 지방의 귀족으로 기사도 이야기 책을 너무 많이 읽어 정신이상인 채로,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하여 방랑의 길을 떠나 황당무계한 일을 일으키는 이상적이고 저돌적인 인물.

산초: 돈 키호테를 보좌하고 다니며, 주인을 궁지에 몰아넣거나 희망을 주는 현실주의적 인물.

둘시네아 델 토보소: 돈 키호테가 토보소에 산다고 믿고 있는 이상적이고 영원한 여인 둘시네아는 '달콤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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