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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전/② 고전 해제

제 1장 <서양문학> 돈 키호테(3)

by Be_ni 2024. 1. 20.

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이 작품을 쓸 무렵의 스페인은 세계 도처에 식민지를 건설했다가 1588년 '무적함대'가 영국군에 격파당 하는 바람에 국력이 기울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스페인왕 정은 계속 전쟁준비를 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가혹하게 세금을 징수하여 원성을 사는 등 사회가 불안했는데, 이것이 『돈 키호테』 탄생의 배경이 된다. 당시 부조리를 고발한 이 소설에서 주인공 돈 키호테를 매우 우스꽝스러운 인물로 묘사한 것은 왕정으로부터 정치적 압력을 피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을 것이다.

 

시대풍자

세르반테스는 “항간에 풍미하고 있는 기사도 이야기 의 인기를 누르기 위해 소설을 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그는 처음에 당시 스페인에 크게 유행했던 기사도 이야기의 패러디를 쓰려고 했다. 그러나 감흥이 솟는 대로 일정한 계획도 없이 써나가는 동안 처음의 의도를 잊고 돈 키호테와 산초의 성격을 창조한다는 새로운 주제에 열중, 마침내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대작을 썼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확실히 첫번째 편력을 묘사한 처음의 6장은 기사도 이야기의 패러디라는 느낌이 오나, 산초 판사와 둘시네아가 등장하는 두 번째 편력부터는 대조적인 성격을 지닌 돈 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대화를 중심으로 하여 단순한 패러디 이상의 폭과 깊이가 더해지며 극히 전위적인 근대소설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어디까지나 자기 이상에 충실하려는 돈 키호테와 현실적으로 확인되는 것만 믿으려는 우직한 산초 판사는 세르반테스가 이 작품에서 창조한 두 사람의 전형적 인물로, 『돈 키호테』의 재미는 두 사람이 되풀이하며 벌이는 대조적인 행동의 묘미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희극적인 인물 돈 키호테는 언젠가 '수심 어린 얼굴의 기사'로 바뀌고 최후에는 작가인 세르반테스의 고결한 뜻을 지니면서도 고난을 짊어진 생애와 겹쳐져 우리들을 감동케 한다.

 

근대소설의 효시

이 소설 속의 대립적인 두 인물, 돈 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이상과 현실, 정신과 물질, 환상과 사실의 충돌을 상징한다. 그러면서도 두 인물은 서로가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의지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작중의 두 사람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 성격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여행 중에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돈 키호테가 차츰 현실적인 세계로 접근하는 반면, 산초 판사는 도리어 돈 키호테적인 세계관을 동경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런 이야기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것은 패러디와 시문과 유머의 바닥에 흐르는 인간에 대한 끝없는 애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당시까지의 줄거리 중심의 이야기를 부정하고 인물 의 창조나 성격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에서 이 소설을 근대 소설의 효시로 불린다. 즉 이 작품은 운문 중심 문학에서 산문 중심으로 전환시켜 산문 중심적 근대소설의 출발점이 되었다.

라한 갑옷을 입은 채 로시난테라는 앙상한 말을 타고, 시종인 산초와 함께 불의와 싸우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돈 키호테, 자신의 과오를 적당히 합리화해 잊어버리고 항상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는 낙천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의 돈 키호테의 모습은 영원히 우리 인류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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