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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전/② 고전 해제

제 1장 <서양문학> 구토(3)

by Be_ni 2024. 1. 17.

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이 작품은 부빌이라는 가공의 도시를 중심으로 역사학자인 앙트완 로캉탱의 일기형식을 빌려 쓴 작품이다. 그는 바닷가에 널려 있는 조약돌이나 문의 손잡이 따위 등에도 구토를 느끼는 인물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인간의 내면의식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이다.

그는 또 외계의 사물이나 인간에게서 자신이 느끼는 현실을 토해버리고 싶은 진한 구토감을 일기에 상세히 기술한다. 여기서 구토란 바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물이 어떠한 존재이유도 없이, 나아가 존재의 의미마저 없이 다만 사실상 그곳에 존재하는 '여 분의 것'이라는, 존재의 실상에 대한 징표라 할 수 있다. 즉, 그는 모든 존재에 대하여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궁극적으로 그가 찾아낸 이러한 인간의 절망감을 해소하는 방안이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희미한 희망을 갖게 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이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겪게 되는 어둠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구원의 희망을 품는다. 음악은 물질성이 전혀 없는 순수존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구체적인 사건에는 관심이 없고 주인공의 인식의 변화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카뮈는 사르트르가 삶의 추함을 과장했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들은 에로틱한 대목들이나 여성을 '죽은 뱀의 가느다란 입'으로 비유한 것과 같은 소름 끼치는 표현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사르트르의 삶에 대한 고발의 힘을 인정했으며, 인물과 길거리들의 독특한 냄새와 같은 그의 관찰의 신기함 과 정확성을 인정했다. 그들은 또한 별 차이가 없는 나날 속에 사로잡힌 영혼들의 우둔함과 걸음걸이를 느꼈거나 보았다. 여기에 집요하게 들려오는 하나의 새로운 목소리가 있다고 그들은 동의했던 것이다.

한편 이 작품은 우리가 읽어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시적인 것과 형이상학적인 것이 서로 혼합되어 있는데, 현대작가들 사이에서 이 작품은 프랑스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꼽히고 있다.『구토』는 사르트르가 주장하고 있는 사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그것은 그의 사상이 실존과 존재의 부조리 및 삶의 형태를 비롯한 인간의 깊은 절망감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세기적 계약결혼

20세기 대표적 지성들인 이들의 계약결혼은 사르트르의 제안으로 우선 2년간 살아보고, 좋으면 재계약한다는 조건으로 이루어졌다. 결혼식도 하지 않고,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아 자식도 두지 않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혼 모델이었다. 공동생활의 이점은 취하되 단점은 버리는 가운데, 서로에게 완벽한 자유를 허용하면서 50년 동안 확고한 애정관계를 유지했다. 둘은 작품활동에서나 사회활동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는데, 그들은 생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서로가 겪은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들이 평생 동안 한 지붕 밑에서 잔 것은 딱 하루뿐인데, 보부아르의 표현을 빌면 그날 일은 '우연한 사고' 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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