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보바리 부인, 그녀는 바로 나였다”고 실토한 플로베르의 말을 생각해 본다면, 이 소설 속에서 그는 그의 이상과 좌절, 또한 그가 전부터 품고 있던 부르주아에 대한 반감을 작품 전면에 는 노출시키지 않고, 엠마의 절망과 그녀를 이토록 만든 부르주아 사회의 냉담한 객관적 묘사를 통해서 은밀히 노출시키고 있다.
보바리즘
작품 속의 여주인공의 성향을 본따 '보바리즘'이라 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는데, 이것은 철학자 쥘르고티에의 주장으로, 현실적인 자아가 이상적인 자아를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상적인 자아가 현실적인 자아의 덫에 걸려 숙명 적으로 난파하고 마는 인간의 모습을 말한다.
이 작품은 신문의 사회면을 확대한 것처럼 실제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으나, 주제를 배후에서 힘차게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플로베르의 정밀한 객관적 사실수법이다. 원래 플로베르는 현실적이기보다는 『살람보』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낭만적 · 유미적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그가 이 작품에서는 흘러넘치려는 자기의 감정을 극력 억제하고, 이 마을을 몇 번이나 실제 답사까지 하여 방대한 자료를 수집한 다음, 이것을 바탕으로 '들라마르 사건'에 나온 인물이나 장소를 사실에 가깝게 재현했다.
작가는 여주인공 엠마의 동경과 환멸을 중심으로 남편 샤를의 범속함, 약제사 오메를 비롯한 주위의 어리석은 부르주아들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엠마의 비애는 플로베르 자신의 염세관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며, 스토리 전체는 단순한 통속적 사건의 울타리 를 넘어, 모든 시대와 인간에 공통된 인간적 진실을 지닌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플로베르는 이것을 묘사하는 데 있어 임상학적 입장에 서서, 과학자와 같은 엄정한 태도를 취하였다. 이것은 그가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의학자의 혈통 때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정선된 언어구사
객관적 수법과 함께 이 작품의 특징을 이루고 있는 것은 그의 문체일 것이다. 그는 진실 을 표현하는 말은 단지 하나밖에 없다고 믿고, 매일밤 크로아세의 서재에서 한 줄의 문장을 쓰는 데 몇 시간을 소비하는 고통을 맛 보았다. 이렇게 정선된 말을 다시 저자 자신이 몇 번이고 낭독한 다음, 추고를 거듭한 결과 다른 것에는 유례가 없는 면밀하면서도 생동하는 독특한 리듬을 가진 문체를 창조하게 되었다.
사실주의 작품
이 작품의 출판 직후에는 찬반이 엇갈렸으나 후세의 비평가들은 대체로 문학성을 인정하였고, 19세기 최대의 걸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 작품이 지닌 문학사적 의의이다. 그가 『보바리 부인』을 쓸 때의 태도는 대단히 순수하고 성실했으며, 문장을 구성하는 데 있어 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것은 소설이 갖는 산문예 술로서의 의의를 깊이 인식했기 때문이며, '예술을 위한 생활'을 작가가 몸소 실천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이것은 종래의 작가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점이며, 사실주의의 승리를 초래케 한 요인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이 『보바리 부인』을 프랑스 근대소설의 기원으로 보는 이유이다. 그는 발자크의 사회적 사실주의의 뒤를 이어 예술적 사실주의를 확립했을 뿐만 아니라, 졸라의 과학적 사실주의에도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그의 소설은 사실주의 작품이면서도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는 데 힘쓴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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