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주요내용
이 작품은 작자의 고향인 도피네 지방에서 1827년에 일어난 '베르테 사건'에 토대를 두고 있다. 미남 청년인 베르테는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서 미슈 가의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그런데 미슈 부인을 사랑하게 되어 이번에는 코르동 가에 들어가 는데, 여기서도 그 집 딸과 문제를 일으켜 쫓겨났다. 출세길이 막힌 그는 분노와 질투로 미사중인 미슈 부인을 피스톨로 저 격하였으나 미수에 그쳤고, 그는 사형을 당했다. <법정> 신문에 연재된 이 사건의 기록을 보고 베르테를 쥘리앵으로, 미슈 부인을 레날 부인으로 하여 이 소설을 썼다.
주인공 쥘리앵은 목재상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난폭한 아버지와 두 형에게 학대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그의 연약한 몸과 섬세한 외모의 그늘에는 불굴의 의지와 강인한 에너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탐욕스런 지배계급에 대한 끈질긴 증오가 숨어 있었다.
그는 나폴레옹의 숭배자로 노사제 셸랑 신부에게 접근하여 라틴어와 신학을 공부하면서, 신부가 되려고 결심하게 된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석권하던 시절에는 빈민도 재능이 뛰어나면 출세할 수 있었지만, 왕정복고 시대에는 성직자만이 유일한 출세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사제의 추천으로 시장市長 레날 씨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레날 부인은 신앙심이 두터운 정숙한 부인이었는데, 남편이나 남편의 동료들에게서 볼 수 없는 순진한 청년의 인품에 감동하게 되고, 격렬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쥘리앵은 처음엔 그녀를 경계했지만, 무례한 레날 씨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부인과 친하게 되고, 나중에는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부인도 쥘리앵이 신분은 낮지만 의연한 태도와 인품에 있어서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숨은 영웅을 만난 듯 대한다.
그러나 변덕스러운 그녀는 곧 자기가 노예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냉담한 태도를 취하여 쥘리앙으로 하여금 질투심을 느끼게 한다. 한편 쥘리앵은 그토록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실연의 괴로움에 부대껴 그녀의 사랑을 되찾는 데 온 정력을 쏟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레날 씨는 그를 더 이상 집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
다시 쥘리앵은 브장송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피라르 신부의 총애를 받게 된다. 그는 피라르 신부의 추천으로 파리에 있는 라몰 후작의 비서가 된다. 후작의 딸인 마틸드는 기품이 높은 여성으로 사교계의 창백한 귀공자들을 경멸하는 여성이었고, 좀 별난 쥘리앵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밀회를 청하게 된다. 쥘리앵은 마틸드를 정복하게 되지만, 두 사람은 증오가 섞인 묘한 연애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마틸드가 임신을 하게 되자 후작은 하는 수없이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여, 쥘리앵은 출세의 길이 열리게 된다. 이때 쥘리앵의 과거를 폭로한 레날 부인의 편지가 날아들어 모든 것은 끝장이 나고 만다. 화가 난 쥘리앵은 성당에 있던 레날 부인을 저격하여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옥중에서 그는 레날 부인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되고, 자신을 진실로 사랑한 여인은 레날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미련 없이 단두대에 오른다.
쥘리앵은 세상에서 흔히 불리어지는 식의 단순한 출세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항상 자기의 존엄을 중히 여기고 그러한 자기를 긍정하는 것을 최대의 목적으로 하는 정신적인 귀족이다. 그러니 만큼 그는 최후의 순간에서도 고고한 마음으로 단두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물질보다 정신세계에 사는 시골청년 쥘리앵은 가정교사로 들어가 시장 부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파리에 가서는 후작의 딸 마틸드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쥘리앵은 이 두 여성을 대상으로 사랑의 꿈을 추구함으로써 자기가 멸시하는 지배 계급에 대하여 복수하고 있다. 레날 부인에 대한 사랑도 따지고 보면 레날 시장에 대한 반발에서였다.
레날 부인은 이러한 사실도 모르고 쥘리앙을 사랑함으로써 행복감에 젖는다. 신앙심 · 정절 · 모성애 때문에 자책하면서도 쥘리앵의 사랑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때문에 내심의 갈등을 안고 서도 절대적인 헌신과 애정으로 쥘리앵을 대한다. 쥘리앵은 이 괴로워하는 여성에게서 영혼의 위대성을 발견한다.
그는 후에 마틸드와의 사랑의 체험을 통해서 레날 부인의 참된 사랑의 추억을 되살려내는데, 독자들은 이 작품에 나타난 쥘리앵의 두 번의 연애과정을 검토함으로써 그의 행복추구가 어떻게 발 전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쥘리앵과 마틸드는 연애관계는 호감보다는 반감에서 시작되고, 두 자존심의 상극과 친화력으로서 나타난다. 즉 마틸드는 머리로서 사랑하는 여성인 데 반해, 레날 부인은 가슴으로 사랑하는 여인으로 대립된다.
살해사건으로 감옥에 갇힌 쥘리앵은 감옥 속에서 사회와 자기를 대립시키면서 살아온 자기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나 자신에게 말하면서도 아직 위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는 말로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보지 못하고 위선에 빠져있는 자기를 비판한다. 쥘리앵은 외부세계와 연결되는 사회적 존재일 때는 날카로운 이성의 소유자이고 유물론자이며 반항자이지만, 자기 자신과 대면할 때는 자신이 진실하게 살지 못하고 참된 사랑을 저버린 것을 후회하는 인간인 것이다.
쥘리앵의 생애는 이처럼 외면적 · 물질적 행복 · 파리 · 미녀 · 지위 · 명성 · 돈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되어 외부와 격리됨으로써 내 면적이고 정신적인 행복에 도달하고 있다. 작품의 줄거리에서는 한 개인의 행복추구라는 문제와 특정한 시대환경을 살면서 겪는 인간의 본질적인 과제인 자아문제에 대한 작가의 훌륭한 고찰이 엿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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