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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해하기

문화와 철학(8)

by Be_ni 2023. 9. 19.

2장 대중 음악과 소비 사회의 욕망

01. 대중 음악, 에데올로기, 상품미(1-2. 상품미와 개인)

요즘 사람은 갓난아기로 태어나자마자 상품의 소나기를 맞기 시작한다. 온갖 상표를 붙인 의식주 상품이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거대한 수퍼마켓이 된 현대 사회에서 사람의 취미를 형성하는 것은 예술미가 아니라 상품미이다. 상품미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체험을 불러일으키는 예술미와 달리 상품을 매력 있게 만들어 판매를 촉진하는 긴요한 수단이다.

매력적인, 상품

상품미는 상품의 내용과 형식을 분리하는 데서 성립한다. 상품의 형식인 겉모습과 포장은 상품의 내용인 사용 가치를 충실히 보장해야 하지만, 시장에서 생존하고 이윤을 늘리려면 최소한의 내용으로 최대한의 사용 가치를 보장한다는 미적 가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상품은 이런 미적 가상을 불러일으키는 형식이자 자본의 수단이며, 소비자는 상품미에 현혹되어 욕망르 가상적으로 충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욕망의 허기가 생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중 음악, 영화 등 상품화한 대중 문화도 자본의 이윤 확장 원리를 가차없이 실현하는 도구일 뿐이다.

 

한편 대중 문화는 지배에 저항하는 문화 실천이라는 또 하나의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 대중 문화는 저마다 특별한 개인으로 자랐고 미적 차이와 구별을 매우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자기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중요한 수단을 제공한다. 정체성은 남과 다른 개인의 특성이다. 젊은 세대는 비록 이미지, 가상의 차원에서나마 대중 문화 상품의 재조합을 통해 끊임없이 변신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한다. 이런 면에서 대중 문화는 개인의 자율성을 신장하는 싹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상품이 결국 자본의 이윤 추구 수단이라면 대중 문화 상품을 통한 저항과 자유도 틀 안에서 부르짖는 저항과 자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대중 문화는 설사 저항과 개성을 추구하며 출발하더라도 어느새 시장에서 상품으로 둔갑한다. 자본은 이윤이 될 만한 것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저항 문화는 자본에 붙잡히지 않으려면 계속 도망 다니거나 새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대중 음악 특히 록 음악은 일반적으로 기성 질서에 저항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처럼 입시 경쟁을 지옥으로 여기는 청소년에게는 해방의 공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게다가 서양 못지않게 특별한 개인으로 자라나고 있는 요즘 우리 청소년은 비록 어른 눈에는 몰개성으로 비치지만 스스로는 비슷비슷한 문화 상품들의 독특한 조합을 통해 개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대중 문화를 통한 저항과 자유가 자본의 틀 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면 청소년 팬이 스타에게 열광하는 것도 이윤이 목적인 문화 산업 자본가와, 권력이 목적인 정치가에게는 조금도 위협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반가운 일이 될 수 있다.

 

서양과 우리 나라의 대중 음악의 역사는 대중 음악이 현대인의 욕망을 어떻게 재편해 왔는지를 보여 준다. 대중 음악은 현대인의 욕망을 여가 생활에서 채우는 구조로 재편했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욕망 구조는 일과 생산을 통해 채우는 것이 기본 전략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 욕망 구조는 놀이와 소비를 통해 채우는 전략으로 변모했다. 놀이를 통해 채우는 욕망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에서 생겨난다. 대중 음악을 비롯한 대중 문화는 현대인의 감성과 무의식에서 빈틈을 내려고 끊임없이 공략한다.

 

대중 문화가 현대인의 감성과 무의식을 공략하는 것은 문화 산업 자본의 이성이 대중의 감성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본의 이성을 대신할 수 있는 문화 창조력의 원천을 발굴하는 못브으로 볼 수도 있다. 대중의 이성이 자본의 이성에 맞서 건강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면 대중 문화와 대중 음악은 자본이 노리는 것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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