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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해하기

문화와 철학(18)

by Be_ni 2023. 9. 23.

3장 정보 사회와 사이버 문화

02. 정보 사회, 사이버 문화, 사이보그(2-3. 사이보그)

정보 사회와 사이버 문화는 사람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이 물음에 대 한 가장 간결한 답이 '사이보그(cyborg)'다. 사이보그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와 생물 (organism)의 합성어다. 사이버네틱스는 수학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가 창시했고, 정보의 소통을 통한 조종과 통제의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 다른 말로는 인공 두뇌학이다. 사이보그는 사이버네틱스의 원리에 따라 제작된 기계-생물이다.

사이보그, 인공 두뇌

정보 사회와 사이버 문화 속에서 사람은 모두 사이보그다. 정보 사회 이전에도 이미 사람은 시력 나쁜 눈에 안경이나 렌즈를 연결하고 속도 느린 발에 자동 차를 연결해 몸의 기능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사이보그였다. 그러나 정보 사회에서 사람이 사이보그가 되는 정도는 더욱 폭넓고 빠르게 진행된다. 우리의 눈은 인터넷과 연결된 컴퓨터 전자창을 통해 런던의 크리스마스 풍경 을 볼 수 있으며 런던에서 시드니로, 베이징에서 뉴욕으로 이동할 수 있고 과거로 갈 수도 있다. 우리의 눈은 전자 안구와 연결되어 있다.

 

휴대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우리의 입과 귀는 각종 원격 통신 수단 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두뇌는 예를 들어 인공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과 연결된 자동차를 타고 갈 경우, 목적지까지 가는 가장 효율적인 노선을 계산할 수 있다. 또 조금 더 정교한 프로그램을 갖춘 자동차라면 내가 관심을 가진 분야 예를 들어 지금 지나가는 지역에 살고 있는 연예인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두뇌에 제공할 수도 있다. 우리의 두뇌는 앞으로 각종 인공 지능과 더 많이 연결될 것이다.

 

현대인의 삶은 점점 더 첨단 전자 장비들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런 장비와 연결된 사람은 갈수록 세련된 사이보그로 변신하고 있다. 정보 사회와 사이버 문화 속에서 사람이 사이보그로 변신하는 것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역시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낙관론은 사이보그가 사람의 몸과 마음의 기능을 확장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Stephen Hawking)은 움직일 수 없는 몸을 가지고 있지만 '병든 손과 휠체어에 설치된 발성기가 함께 작동해 전자 소리를 만들어 낸다. 호킹의 손가락들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여 메뉴판에서 단어를 선택하면 소프트웨어가 저장된 소리들을 검색하고 조합해 문장으로 만든 뒤 스피커로 내보낸다. 만일 호킹을 사이보그로 만들어 주는 정보 기술이 없었으면 인류는 적어도 물리학에서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낙관론에 따르면, 이미 오랫동안 온갖 생활 용품을 통해 과학 기술의 성과와 산물에 길든 현대인의 몸과 마음은 사이비 문화를 거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보 사회에서도 사람은 기계를 거부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 아니라 정보 과학 기술의 성과를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

 

한편 비관론은 사이버 공간에서 사이보그 체험이 현실에서 사람의 몸과 뇌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비관론자들이 이 점을 보여주기 위해 자주 드는 예는 공상 과학 영화 <론머 맨(Lawnmower man)>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 이 헬멧을 쓰고 네트워크를 타고 달리는 동안 몸이 회전구 안에서 이탈리아 화 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그림 <비트루비안 맨 (Vitruvian man)〉 처럼 팔다리를 활짝 펴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과 여자 친구가 이런 상태로 사이버 섹스를 즐기는 동안 여자 친구는 미쳐 버린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은 현실 공간의 몸과 뇌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마음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또 사이버 공간은 현실 공간의 정체성과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현실 공간에서 남성이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나리'라는 ID로 여성 행세를 할 수도 있다. 비관론에 따르면 여러 개의 정체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은 자아 분열을 낳기 쉽다. 보통 사람은 여러 개의 나로 행세 하면 혼란을 느끼고 노이로제에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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