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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해하기

문화와 철학(17)

by Be_ni 2023. 9. 23.

3장 정보 사회와 사이버 문화

02. 정보 사회, 사이버 문화, 사이보그(2-2. 사이버 문화)

사이버 문화는 컴퓨터의 이용과 관련해 대두한 새 문화 형태를 가리키고 이 문화 양식이 전개되는 공간을 사이버 공간이라 부른다. 사이버 공간은 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이 《뉴로맨서 (Neuromancer)》에서 선보인 말이다. 이 소설은 완전한 인공 두뇌가 현실을 지배하는 세상을 묘사하고 있다. 사이버공 간은 물리적으로는 예를 들어 인터넷을 가리키지만 인간 외부에 있는 공간이 아니라 두뇌 작용으로 감지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사이버 문화, 사이버 시대

사이버 문화는 가명의 문화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실명을 사용하거나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기도 하지만 대개 ID (identity)라 줄여 부르는 가명을 사용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통신망 안에서 통신망 밖의 나와 다른 나로 살면서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체험을 한다. 사이버 문화는 쇼핑, 언론, 문학,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스포츠, 게임 등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게임은 장르에 따라 롤 플레잉 게임, 시뮬레이션 게임, 어드벤처 게임, 액션 게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롤플레잉 게임은 게이머가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면 등장 인물이 각종 괴물과 벌이는 전투를 통해 경험과 능력을 쌓 으며 성장하는 게임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처럼 다양한 전략을 세워가며 상대와 모의 전쟁을 치르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도 있지만,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처럼 사실적 데이터를 토대로 실제로는 해보기 힘든 행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르다.

 

컴퓨터 게임은 간접 경험과 오락을 함께 추구한다. 예를 들어 괴물이 나오는 지하 동굴 여행, 거대 자본으로 하는 주식 투자 등은 상상만으로 끝나지 않고 관련 분야에서 재미를 곁들인 교육과 훈련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컴퓨터 게임은 중독성이 매우 강하고 이용자가 원하게 만드는 힘이 아주 큰 문화이기도 하다.

 

사이버 문화에 대해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대립하고 있다. 낙관론자는 사이 버 문화의 체험이 일종의 꿈 같은 환각 체험이고 사람의 정신 능력을 고양한다 고 주장한다. 컴퓨터는 일종의 정신 증폭기다. 정신의 증폭은 196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약물을 통한 환각 체험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기성 질서에 맞서 반문화 (countercultures)를 창조하려 한 히피족이 외친 말이다. 이 점에서 사이버 문화는 1960년대 반문화의 직계 후손이며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새 문화의 징후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반면 비관론자는 환각 체험을 정신 능력의 고양으로 보지 않는다. 환각 체험은 정신의 병든 능력 또는 불안정하고 통제할 수 없는 능력을 드러낼 뿐이고 환각 체험을 통해 반문화를 창조하려는 1960년대의 시도도 약물에 의존하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 비관론자는 초국가적 정보 산업을 중심으로 세계 자본주의국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체제가 확산하고 인터넷 등 새 매체들도 빠르게 상업화하고 있으므로 자유의 왕 비관론자에 따르면 사이버 공간의 이용자는 창조적이고 능동적이지 않고 오히려 순종적이다. 이용자는 사이비 공간이 제공하고 자본이 조종하는 문화를 즐길 뿐이다. 더욱이 책을 빌리고 물건을 사며 일터에서 장소를 움직이거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전자 카드를 이용하거나 부착하면 카드의 소유자는 거의 실시간으로 감시당할 수 있다.

 

그러나 비관론자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문화는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 으며 거부하기 힘든 대세다. 그러므로 사이비 문화가 설사 부정적 측면을 지니고 있더라도 긍정적 가능성을 모색하지 않으면 우리는 대책 없이 암울한 시대 속에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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