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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해하기

문화와 철학(13)

by Be_ni 2023. 9. 21.

2장 대중 음악과 소비 사회의 욕망

03. 감성과 이성(3-3. 감성과 이성의 종합)

대중 문화는 현대인의 개성과 취미를 획일화한다고 자주 비판을 받는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기성 세대의 눈으로 보면 스타를 모방해 거의 똑같은 패션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비슷비슷한 옷차림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런 반문도 나온다. "겉모습이 뭐 그리 중요해요?" 자기가 모방하는 스타와 개인적으로 교감할 수 있으면 그만이고 그 교감이 개성의 일부라는 뜻이다.

교감, 부처

대중 음악과 영화는 환각 체험의 요소를 공유한다. 대중 음악 스타에게 열광하는 팬은 마치 신을 보듯 황홀경에 빠진다. 영화의 이미지는 일종의 환상이고 관객은 주인공에게 동화하면서 마치 깨어 있는 상태에서 꿈을 꾸는 것처럼 환각을 체험을 한다. 대중 문화가 불러일으키는 환각 체험은 이성보다 감성, 의식보다 무의식의 영역에 속한다. 마음에서 무의식의 영역을 해명한 프로이트(S. Freud)는 꿈을 분석해 아무 의미도 없는 꿈은 없고 모든 꿈의 의미는 어떤 욕망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청소년은 "느낌대로 산다"는 말에 매력을 느낀다. 이 말이 느낌만으로 산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계산하고 예측하는 이성보다 느낌과 감정을 중시하면서 살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성보다 느낌을 중시하면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불로 소득으로 평생 살 자신과 능력이 없는 사람은 언젠가 돈벌이를 시작해야 한다. 돈벌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의 능력을 인정해야 가능하다. 그리고 이 능력은 느낌보다 이성이 우선 평가 기준이다. 직장은 사람들 사이에 경쟁이 일어나는 곳이고 이때 경쟁은 설사 비합리적 요소가 많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이성과 이성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정받은 이성일수록 더 많은 돈이 따르고, 무시당한 이성일수록 더 적은 돈이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남달리 뛰어난 느낌이 경쟁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느낌은 이성의 뒷받침 없이는 성과를 얻기 힘들다. 어떤 상품에 대해 멋진 아이디어도 이성에 의한 철저한 조사와 계산과 예측을 바탕으로 떠오르는 것이지 느낌만으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또 아무리 느낌을 발휘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그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채택하는 것은 누군가의 이성이다. 이성은 비록 환경 오염, 경제난, 교통난 등 많은 사회 병폐의 뿌리로 지탄을 받고 있지만, 큰 머리를 가진 것이 다른 동물과 뚜렷한 차이인 사람으로서는 써먹고 싶지 않아도 써먹으면서 살 수밖에 없다.

 

대중 문화가 환각 체험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문화에 환호하는 것은 대중이 이성의 사용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감성으로 해소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때 감성은 이성의 억압에 반기를 들고 저항과 해방이 자본이 만들어 놓은 테두리 안에서 머물 가능성도 강하게 시사한다.

 

사람은 감성 없이 살 수도 없고 이성 없이 살 수도 없다. 감성과 이성은 한 사람 안에서도 자주 부딪치지만 결국 공존의 길을 찾아내지 않으면 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대중 문화의 부정적 측면은 자본의 이성이 대중의 감성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데서 성립한다. 이 조종과 통제를 돌파하는 길은 대중이 자신의 감성을 자신의 이성에 맞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성을 자본의 이성에 맞세우는 데서 찾아야 한다. 대중 매체와 문화 산업과 대중 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는 길은 대중의 비판적 이성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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