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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해하기

문화와 철학(12)

by Be_ni 2023. 9. 21.

2장 대중 음악과 소비 사회의 욕망

03. 감성과 이성(3-2. 대중 음악과 상상력)

대중 음악이 개인 의식의  확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독일 철학자 칸트(I. Kant)는 아름다움의 감정을 쾌적함과 구별한다. 쾌적함은 외부 대상이 감각 기관을 자극할 때 생기는 즐거운 느낌이지만, 아름다움은 대상에 대한 관심 없이 생기는 즐거운 느낌이다. 아름답다는 느낌이 생기는 데 외부 대상과 감각 기관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이들만으로는 아름답다는 느낌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상력, 아름답다는 느낌

무엇이 더 필요할까? 칸트에 따르면 아름답다는 느낌이 생기는 데는 상상력과 이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상력과 이성은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갖추고 있으며 똑같은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쾌적하다는 느낌은 남과 나눌 수 없지만 아름답다는 느낌은 남과 함께 가질 수 있고 남에게 보편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 즐겁다." "비틀스의 노래를 들으면 즐겁다." 둘 중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즐거움은 쾌적하다는 느낌의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비틀스의 노래가 주는 즐거움은 아름답다는 느낌의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한 잔의 커피나 비틀스의 노래는 모두 혀, 귀 등 감각 기관을 자극하는 외부 대상이고 둘 다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 잔의 커피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보다 비틀스의 노래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느낌의 보편성이 다르다는 뜻이다.

 

아름답다는 느낌이 생길 때 상상력과 이성은 어떻게 작동할까? 칸트의 대답은 상상력의 자유로운 놀이에서 출발한다. 상상력이 자유롭게 놀면 많은 이미지가 생겨난다. 이 이미지들은 소재가 없어 심심한 이성이 활동하게 만든다. 이때 이성도 자유롭게 논다. 칸트에 따르면 아름답다는 느낌은 자유롭게 노는 상상력 역시 자유롭게 노는 이성과 조화를 이룰 때 생긴다. 상상력과 이성의 조화 과정은 절로 이루어지는 무의도적인 것이기 때문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마치 창조적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과정도 공식이 없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칸트가 쾌적하다는 느낌과 아름답다는 느낌을 구별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생기는 데 상상력과 이성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대중 음악이 개인의 변신에 기여하는 길을 찾는 데 시사하는 점이 있다. 칸트의 눈으로 보면 대중 음악이 대중에게 쾌감을 제공하는 것은 아무 문제도 없다. 아름답다는 느낌도 쾌감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 음악이 쾌적하다는 느낌만을 준다면 문제가 있다. 대체로 대중 음악이 쾌적하다는 느낌만을 주는 배경에는 자본의 상업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때 자본은 최대의 ㅣㅇ윤을 추구하면서 대중의 상상력과 이성을 마비시킨 채 대중의 감각 기관만을 예민하게 만들어 놓는다. 대중 음악이 만약 대중의 상상력과 이성을 활성화하는 길을 찾지 않고 감각 기관을 자극하는 한 길로만 달려간다면, 21세를 채 넘기지도 못하고 무덤 속 죽은 사람들의 귓속에서나 웅웅거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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