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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전/② 고전 해제

제 2장 <동양문학> 천일야화(3)

by Be_ni 2024. 2. 20.

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이 작품은 우선 처음 이야기부터 체인스토리 형식을 빌렸으며, 순 페르시아적인 민화를 순 아라비아적인 환경에 적응시켜 서, 윤색도 하고 개작도 했다. 또한 오랜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주로 바그다드나 카이로 근처의 민화를 계속 집어넣어 내용을 풍 부하게 하여, 드디어 오늘날과 같은 방대한 민화집이 성립된 것이 다.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 내용의 다양함과 풍부함인 동시에 인생의 온갖 측면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 점이다. 등장하는 인물도 역사상 실제의 사람들, 가공적인 남녀, 선인과 악인, 미인과 독부 요정 등 실로 천태만상이다.

이 이야기에는 180여 개의 장편에 따로 짧은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어 그 숫자를 세기가 어렵고 분류하기가 쉽지 않으나, 내용에 따라 대별하면 다음과 같다.

 

연애담

이중에는 환상세계의 연애담도 있고 역사상 실재한 인물들의 사랑이야기도 있다. 한 젊은이가 어딘가 먼 나 라에 있는 미인의 말을 듣고 그리움에 못 견디어 가지각색의 위험을 겪으면서도, 마침내 상대를 찾아 결합한다는 줄거리가 여럿 있으며, 이것들은 대개가 페르시아 기원의 것이다. 또 고대 아랍 인들간에 전해진 연애담, 예를 들면 연인 라이카가 그리움에 빠진 나머지 미치광이가 되었다는 마주눈의 애처로운 이야기 등처럼, 아바스 왕조의 수도 바그다드를 무대로 벌어지는 사랑의 사연도 하나의 장르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대개가 연인끼리 고생을 겪은 뒤 유력한 은인의 도움으로 결합된다는 줄거리이다.

 

범죄담

도적 · 살인 등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 것으로 탐정 · 추리 등의 줄거리가 있는 한편 「알리바바와 40인의 도 적과 같이 착한 사람은 흥하고 악한 사람은 망한다는 권선징악의 사상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알리바바 이 야기」와 「알라딘과 요술램프」등은 갈랑이 소개하고부터 세상에 알려졌지만, 대개의 아랍어 원전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출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범죄 줄거리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것은 이집트의 맘루크 왕조의 바이바르스 대왕과 16명의 경비대장의 이야기」라는 것으로, 카 이로의 경비대장들이 제각기 체험한 도둑 잡기 이야기를 왕에게 보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행담

「여러 나라의 진귀한 이야기」도 이 가운데 들어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뱃사공 신드바드」라든가 「놋쇠로 된 성」 「육지의 압둘라와 바다의 압둘라」 등이다. 놋쇠로 된 성」은 스페인의 서쪽 끝에 놋쇠의 도시가 있으며, 이를 둘러싸고 있는 같은 금속으로 된 성벽이 있었다는 말은 아랍 사 중에도 기록되어 있다.

 

신선담

이 이야기 중에는 아랍 사람이 귀신이라 생각하는 신神 의 일족이 활약한다. 그들은 빛으로 만들어진 천사와 흙으로 빚어진 인간의 중간적 존재로, 알라에 의해 불에서 창조되었으며, 변화가 자유자재이며 또 공중도 날 수 있으나, 사람과 마 찬가지로 죽음이 있고 남녀의 구별도 있으며, 성질에도 선악이 있다고 되어 있다. 그 일족 중에는 거대한 이리프트라든가 식인귀 人鬼 구르 등도 있다. 샤푸리야르 왕과 그의 아우가 여행 중 어떤 해안에서 미인을 넣은 괘를 머리에 이고 나오는 이리프트를 만나 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상인과 마왕」에서는 상인이 던진 대추야 자씨에 우연히 지나가던 마왕의 아들이 맞아 죽었기 때문에, 마왕 은 상인을 죽이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세 명의 장로가 각각 기 구한 일신상의 지나온 일을 말하며 마왕을 기쁘게 한 뒤, 그를 구 한다는 줄거리도 있다.

이처럼 『천일야화』는 긴 세월을 두고 성장하여 이루어진 일대 설화집으로 아랍 어로 되어 있으며, 위에 든 것 외에 이 범주에 속 하는 짧은 비유, 사화일화 등이 적어도 100여 개의 긴 설화 중에 끼여 있다.

이렇듯 한 독립된 이야기에서 다른 또 다른 독립된 이야기를 줄 줄이 교묘하게 이어가는 프레임 스토리 (frame story) 식으로 180 여 편의 장편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러한 프레임 스토리의 구성법 은 훗날『데카메론』이나 『캔터베리 이야기』같은 걸작에도 크게 영향을 준 바 있거니와, 그 내용 또한 끝없는 낭만과 꿈, 그리고 모험의 세계를 그리는 독자들에게 한없이 넓고 화려한 환상의 길을 열어주었다.

특히 아랍 인 특유의 유머, 폐부를 찌르는 야유, 거리낌 없는 폭소 등 온갖 희로애락이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천일야화』 에서 그대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점은 성애생활의 적나라한 묘사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이 매우 자연스럽고 천진난만하여 조금도 추한 감을 주지 않는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세상의 다양함과 풍부함은 이제 아랍 인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다. 한편 이 설화집의 동양적 환상은 예술가들을 자극하였다. 들라 크루아, 뒬라크 등의 그림과, 림스키코르사코프, 스트라빈스키 등 의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고 영화로도 자주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