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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전/① 동 · 서양사상의 흐름과 고전

제 1장 서양사상의 흐름과 고전(2)

by Be_ni 2023. 12. 26.

1. 소크라테스

고전철학 시대에는 인식론과 윤리학 및 사회철학에 있어 치밀한 체계가 나왔는데, 진정한 의미에서의 서양철학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철학운동의 기수는 소크라테스였다. 그는 저술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 남긴 저술에 의해 그의 사상을 분석해 볼 수밖에 없다. 소피스트들이나 소크라테스는 다 같이, 자연보다는 인간의 본질을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 점에 대해서는 공통적이었으나,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의 진리의 '상대성'에 대해, 모든 인간의 삶에 있어서 보편적 · 절대적으로 실재하는 진리나 지식을 구명하고자 하였다. 그는 이러한 진리나 지식은 모든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보편적 '이성' 활동에 의해 인식될 수 있다고 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진리와 지식을 발견하는데 그치지 않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지행합일설知行合을 제시하였다.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인간의 보편적 이성에 의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진리나 지식을 발견하고 이를 실행할 때에 선하고 행복한 삶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실제생활 속에서 악한 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까닭은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 옳고 그른지를 모르는 무지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델포이 신전에 씌어 있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무지를 스스로 자각할 것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참된 앎을 통해 덕을 쌓아 갈 때에 비로소 행복을 누린다고 하였다. 이러한 지덕복합일설은 앞에서 제시된 지행합일설과 그 맥을 같이한다.

 

2. 플라톤

인간의 '이성'에 근거한 소크라테스의 철학사상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졌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윤리사상을 이어받아 감각적으로 경험되는 현상의 세계는 다만 이데아 세계의 불완전한 모상模像에 불과할 뿐이라는 진리관을 제시하였다. 그는 ‘선善의 이데아’를 모방해서 이를 실현해 가는 것을 참된 삶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인간이 자신의 잠재능력을 계발하여 자아를 실현 해가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자아실현은 구체적으로 지혜 · 용기· 절제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정의'를 실현할 때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혜 · 용기 · 절제의 덕을 개인이 갖추어야 할 덕이라고 한다면, '정의'는 개인의 덕들이 사회 속에서 실현될 때 나타나는 사회의 덕, 즉 이상국가의 덕이다. 그의 이러한 정치사상은 정치공동체에서 인간의 삶이 가능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들에 관한 성찰을 담고 있는 『국가』에서 철인왕에 의해 통치되는 정의로운 국가가 잘 나타나 있다. 플라톤이 제시한 이러한 4주덕四主德은 그 이후 서양사상에서 강조된 덕목이었다.

 

3.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궁극적 목적을 최고의 실현, 행복추구, 이성적 자아의 실현에 두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이성에 의해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생활을 절제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는 덕에 대해서 말하기를 단순히 지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선한 행위를 실천하고자 하는 '선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의지를 함양하기 위한 실천적 덕으로서 중용中庸(middle of the road)을 제시하였다. 중용이란, 이성에 의해 일상생활에서의 충동 · 정욕 · 감정 등을 억제함으로써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의지를 습관화한 덕이다. 그는 또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규정하면서, 개인의 이성적 자아실현은 사회나 국가에서의 실천적 도덕생활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고 개인윤리를 사회 및 국가윤리와 결부시키고자 하였다. 그의 이러한 정치사상은 정치학이 학문으로 서의 독립된 지위를 얻게 한 그의 저서 『정치학』에 잘 표현되어 있는데, 정치공동체로서의 국가의 기원과 본질, 민주정 · 귀족 · 군주정 등 정치체제의 성격과 장단점, 가장 좋은 나라의 체제, 당시 국가체제들의 비판, 그 외의 서양정치학의 기본개념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한편 그리스의 역사기술은 그 후의 역사학 발달에 크게 기여하는데, 서양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헤로도토스가 그 주역이다. 기원전 5세기 초반의 페르시아 전쟁을 그린 『역사』는 동서양의 만남을 보여주고 있는 최초의 서양 역사기록으로, 페르시아에 대한 그리스 연합군의 승리를, 폭군의 통치에 대한 법의 통치의 승리로 기록하고 있다. 여러 지방에 걸친 그의 여행과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된 이 책에서, 우리는 동방대국의 침략을 물리친 그리스인의 자부심과 유럽적 자아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단초를 읽을 수 있으나, 대체로 문화적 설화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어 나타난 위대한 과학적 역사가는 투키디데스로, 그는 사료 史料에 대한 주의 깊은 검토를 바탕으로 역사를 자연과 구별지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아테네 인들에 대한 동정을 억제하고 객관성을 유지하여 기술하였다. 그는 과거사실에서 교훈을 얻고자 하는 '교훈적 역사'를 서술하고자 하였으나, 사회적 · 경제적인 면을 도외시하였다는 점에 그의 역사관의 결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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