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본 것처럼 이 작품은 음탕한 아버지와 그의 네 아들을 중심으로 아버지와 아들, 형과 아우의 애욕의 갈등을 묘사하는 한편, 이반과 조시마 장로 사이에 벌어지는 사상의 갈등을 전개한 소설이다. 심리적인 깊이에다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비극성, 신에 대한 대담한 저항과 사회생활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그리스도의 주제
부친의 방탕무비한 생명력이 맏아들에게는 무절제한 정열과 감정적인 충동으로, 둘째에게는 왕성한 지적 욕구로, 셋째에게는 종교적 감정으로 변형되어 나타나는데, 그들의 내재적인 본성인 '카라마조프시치나(카라마조프적 기질: 인간의 도덕적 완성을 방해하는 본능)에 항거한다. 이러한 카라마조프적 기질인 탐욕과 조소는 3형제가 각각 가지는 정열 · 이지 · 신성의 세계에서 '선악의 투쟁'으로 나타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이 최후의 작품에서 추구하려고 한 내면적 주제가 '현대의 그리스도' 였다는 점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이 주제는 그가 평생을 두고 추구해 온 것이기도 하다. "그리스도 이상으로 아름답고, 깊고 자비롭고, 총명하고, 용기있고, 완전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령 그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는 진리의 밖에 있다고 말할지라도 나는 그리스도와 더불어 머물러 있기를 바랄 것입니다." 시베리아 감옥에서 나온 직후 작가는 이렇게 고백했다.
결국 이 작품은 끊임없이 작가의 머릿속을 자리 잡고 있던 문제, 곧 인생의 부조리 때문에 신을 거부하는 러시아의 무신론적 지식인들과 대결하여, 그것을 초월하고 극복하는 인물을 창조하는 것이 그의 의도였던 것 같다.
부친살해
그리스도의 주제와 더불어 도스토예프스키의 평생의 십자가로 되어온 것이 부친살해의 주제다. 아내의 죽음으로 시골에 은거하며 14~5세 소녀들을 차례로 임신시켜, 마을 주민들에 의해 살해된 부친의 치욕적인 죽음은 작가의 가슴에 평생토록 지울 수 없는 멍에로 남았다. 이 작품의 중심 주제의 하나인 부친살해의 테마가 우연히 떠오른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고정관념처럼 그의 내부에 응고되어 있었던 것이다.
흔히 도스토예프스키의 리얼리즘을 '환상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그의 리얼리즘이 보통 리얼리즘과는 달리, 보다 고차원의 현실, 즉 정신적 세계의 현실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러시아 최초의 도시작가 출신이며 직업작가였던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둠이 깔린 러시아의 고뇌와 인간의 내면세계에 깃들인 비밀의 곡절을 투시하고, 동포의 내적 번뇌와 눈물을 그린 인도주의적 리얼리스트였다.
영향
도스토예프스키가 유럽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그는 유럽 전역에 여러 가지 문학조류를 불러일으켰고 수많은 작가들이 그를 모방했다. 특히 인간존재의 부조리 속에서 실존을 추구한 그의 실존주의적 발상은 프랑스 실존주의에 영향을 주었고 헤르만 헤세, 츠바이크, 앙드레 지드 등도 그에 대해 미신적인 존경을 표했다.
영국의 한 평론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을 '아편'이라고 평한 바 있다. 한번 그의 문학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좀처럼 발을 빼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그것은 문학의 한계를 초월한 형이상학적 문제들, 예를 들면, 신과 인간, 신앙과 불신, 복종과 반역의 갈등 속에서 몸부림치는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실존의 부조리, 출구 없는 현실에 고민하는 현대인의 산 초상을 보기 때문이리라.
인간의 부조리와 불합리 속에서 숨은 진리를 발견한 도스토예프스키. 그는 확실히 현대의 문제점을 남김없이 예언하고 오늘날의 난제들을 정확히 선지 했던 것이다. 바로 여기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사상가적 면모가 있고, 예언자적 현대성이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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