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스테이아
그리스 비극 전체를 통틀어 현존하는 마지막 3부작인 이 작품들은 '비극의 창조자'인 아이스킬로스의 심오한 사상과 종교관 이 농축된 인간정신의 위대한 성취로 간주된다. 그중 『아가멤논』은 웅장한 구성과 심오한 종교관, 음악적인 언어, 대담한 비유로 가득 차 있으며, 『코에포로이』는 인간의 죄과에 대한 신의 응징이 자손에게까지도 나타난다는 교훈을 준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죄과에 대한 신의 응징과 고난을 통하여 지혜에 도달한다는 그의 기본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생애와 작품활동
괴테가 홈볼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가멤논』이야말로 예술품 중의 예술품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도 록 짜놓은 양탄자”라고 극찬한 작품.
아이스킬로스는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그리스 3대 비극시인'의 하나로, 이들은 대대로 전승되어 오던 구비문학과 호 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올림포스 산의 제우스를 중심으로 한 신들과 그리스 건국영웅들의 이야기를 비극의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세 작가가 신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방법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아이스킬로스는 아테네의 참주정치 시기에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새로운 민주정치가 확립되어 가는 격동기에 청년시절을 보냈다. 페르시아와 벌인 마라톤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시칠리아에 있는 그의 묘비명에도 나타난 있는 것처럼, 그는 시인으로서보다 마라톤의 전사戰士로서 기억되기를 원했을 만큼, 역사적인 페르시아 전쟁에 참여한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그는 이 전쟁을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표현처럼 정의와 불의, 선 과 악, 자유와 예속의 투쟁으로 보았으며, 그리스 인들의 기적 같은 승리를 인간의 교만을 응징하는 신의 섭리로 보았던 것이다. 아이스킬로스의 현존하는 7개의 비극은 모두 페르시아 전쟁 이후의 작품들인데, 그의 어느 작품도 그가 이 전쟁에서 몸소 체험한 신의 섭리라는 근본사상을 떠나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기원전 499년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 제의 비극경연에 참가한 이래, 12차례나 우승을 차지하였다. 기원전 471년 시라쿠 사의 참주 히에론의 초청을 받아 시칠리아를 여행하였으며, 기원전 468년의 비극경연에서는 후배 비극시인인 소포클레스에게 우승을 넘겨주었다. 그는 두 번째 시칠리아 여행 도중 죽었다.
평생 90여 편의 작품을 썼으나 현존하는 것은 7편이다. 살라미스 해전에서의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페르시아 군의 패배를 주제로 한 『페르시아 인, 오이디푸스 전설을 모방하여 조국을 수호하기 위하여 형제를 죽이는 것도 불사한 에테오클레스의 비극을 묘사한 테베로 향한 7장군』, 『오레스테이아』 3부작(『아가멤논』 『코에포로이』 『에우메니데스』), 다나오스의 딸들이 사촌과의 결혼을 싫어해서 이집트에서 아르고스로 도망하여 그곳의 펠라스고스 왕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이야기를 그린 도움을 청하는 여자들』, 제우스의 뜻을 거역하고 천상에서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준 죄 때문에 카프카스 산의 바위에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를 묘사한 결 박당한 프로메테우스』등이 그것이다.
그리스 비극과 아이스킬로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시학』에서 밝힌 것처럼 그리스 문학의 최고의 성취는 비극에 있다. 왜냐하면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서사시는 귀족체제, 서정시는 참주정, 그리고 비극은 민주정의 산물이며, 대상의 측면에서 보면, 서사시는 신화탐구에, 서정시는 자연탐구에, 비극은 인간 그 자체의 탐구에 상응하는 문학 장르이기 때문이다.
많은 위대한 작품의 경우에서와 같이 그리스 비극도 종교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데, 그리스의 비극은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제례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로마 신화의 바쿠스에 해당하는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아들로, 그리스 신화에서 매우 이색적인 존재다. 격렬한 도취상태에서 광적인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포교를 위한 편력과 박해에 대한 싸움으로 일생을 보낸다. 그래서 '마시고 떠드는 감정형을 '디오니소스 형'이라 부르고, 이와 반대되는 조용하고 냉정한 지성형을 '아폴론 형'이라 부른다.
아테네에서 매년 개최되는 국가행사인 대디오니소스 제품의 일부로 3명의 비극시인이 3편의 비극과 1편의 사티로스 극의 4부 작으로 우열을 가리는 비극 경연대회가 열린다. 이 숭배의식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반인반수의 주색을 좋아하는 숲의 신, 사티로스, 또는 양인羊(goet-men)의 가면으로 분장하고 합창하면서, 제단 앞에서 신들의 행적을 서정시로 노래하였다. 이리하여 산양 (tragos)를 뜻하는 합창대(tragodoi)에서 비극(tragodia)의 형식이 나왔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극은 아이스킬로스에 와서다. 그는 합창과 낭송만으로 이루어진 초기의 극예술을 노래와 대사·행위가 어우러진 완전한 극예술로 끌어올렸다. 이전의 그리스 연극은 한 장면에 한 배우가 나와 합창단과 대화를 주고받는 형태였다. 그런데 그는 그리스 연극에 별도의 역할과 대사를 가진 두 번째 배우를 도입하여 1명의 배우와 합창단만으로 이끌어가던 관례를, 배우 2명의 연기와 합창의 역할을 줄여, 대화가 비극의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 혁신으로 그리스 연극은 줄거리 구성과 대사에서 훨씬 다양 해졌고 역동적인 긴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합창단의 규모를 줄이고, 12명을 표준으로 하여 이전의 합창단에 비해 배우의 비중을 늘려 연극성을 높였다. 동시에 그는 안무가의 도움을 마다 하고 합창단을 직접 훈련시켰으며, 합창단이 연기할 새로운 무용 스텝을 직접 고안하기까지 했다.
주요 등장인물
트로이 전쟁을 전후해 가문과 권력의 복수극에 희생되는 전쟁 영웅 아가멤논의 비극적인 최후를 그린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아가멤논: 오랜 트로이와의 전쟁 끝에 승리하여 돌아오나, 부정한 아내와 그녀의 정부에 의해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인물. 클리타: 아가멤논의 왕비로 남편이 전쟁에 나가자,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한 후 개선한 남편을 살해하는 여인
아이기: 왕비와 정을 통하고 왕이 돌아오자, 왕을 살해한 뒤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부정적인 인물.
오레스테스: 아가멤논의 아들로 어머니와 그 정부를 살해함으로 써 부친의 원수를 갚는다.
엘렉트라: 아가멤의 딸로 오레스테스의 누이동생의 살해계획에 가담한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심리학적 용어의 기원이 되는 인물.
다음 글 읽기
'동서고전 > ② 고전 해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1장 <서양문학> 오이디푸스 왕(3) (0) | 2024.01.05 |
---|---|
제 1장 <서양문학> 오이디푸스 왕(2) (1) | 2024.01.04 |
제 1장 <서양문학> 오이디푸스 왕 (2) | 2024.01.04 |
제 1장 <서양문학> 오레스테이아(3) (1) | 2024.01.04 |
제 1장 <서양문학> 오레스테이아(2) (2) | 2024.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