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이 드라마는 크고 웅장한 서사시적인 규모를 가진 오레스테스 이야기다. 『아가멤논』에 나오는 파수병의 암시적인 대사로부터 작품 전체를 뒤덮는 어두운 그림자는 최후까지 계속되고, 합창대의 막연한 근심, 신들의 힘, 인간의 덧없는 운명 등은 드라마를 깊은 우수로 휩싸고 있다. 아이스킬로스는 소포클레스처럼 구성에 긴밀하고 합리적인 드라마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는 견실한 구성보다는 분위기를 중시하고, 장대한 합창단의 노래로 전체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3부작을 통하여 색채의 배분 또한 효과적이다. 진홍색으로 색칠된 제1부와는 대조적으로, 제2부에서는 검은 상복의 여자들이 무리지어 등장하고, 이야기 또한 검은 핏빛으로 물들어져 있다. 그러나 극의 구성으로서 가장 흥미 있는 것은 오레스테스가 태양신인 아폴론의 요구에 따라 어머니를 살해하고 그 결과 땅의 신들의 의 추적을 받아 쫓기는 장면이다.
제3부는 앞의 두 작품에 비해 환상적인 색채가 강하다. 신들과 인간의 구별이 흐릿해지고, 양자 모두 우주적인 정의와 자비의 세 계에 병존하게 된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원령怨靈들의 모습은 처참하여 관객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원령들의 합창대에서 소용돌이치는 기묘하고 끈질긴 리듬은 오늘날에도 그 본문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이 작품은 극시적이라기보다는 서사시적이라 하여 별로 적극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그의 비극시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짐에 따라, 이 작품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행하여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클로델과 미로에 의한 음악시적인 재현, T. S. 엘리어트의 『성당의 살인』과 『일가족 재회』등을 들 수 있다.
한편 그의 작품에 흐르고 있는 일관된 사상은 인간행동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죄'라는 관념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떠 한 이유이든 비록 신이 내린 명령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신이 명령한 일을 실행하여 죄로 문책당하는 결과가 되면 그 인간은 두려운 딜레마에 빠진다. 이것이 시인이 만들어낸 비극적 상황이며, 최종적으로는 제우스의 정의에 의해 인간은 구제받고 신의 지혜를 배운다고 되어 있다. 그는 신들의 최후의 정의를 믿고, 인간의 정의가 언젠가는 신의 정의와 일치한다는 점을 비극에서 노래하였다.
그의 가장 진지한 희곡인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에서 아이스 킬로스가 묘사한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위협까지도 과감하게 물리 칠 수 있는 독립심이 강하고 자존심이 센 반항적 인간의 모습이다. 그것은, 고귀하고 명예로운 행위는 항상 혹심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또 불굴의 정신에 의해서 그 진정한 가치가 인식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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