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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해하기

인간의 이해(6)

by Be_ni 2023. 9. 27.

1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03. 인간의 충동적 · 이기적 본성(3-2. 홉스)

특히 근세에 이르러 이성주의적 합리적 인간관이 득세하던 시절에 유물론적 입장에서 인간의 이기적 · 공격적 본성을 주장한 홉스(T. Hobbes)의 견해는 오늘 날 개인주의 정치 사상과 직결되는 선구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우선 홉스에게서는 인간은 원자와 같이 제한된 공간 속에서 운동하고 서로 충돌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곳에서는 자기 보존의 충동만 있고 그에 따라 그 충동은 서로에 대한 위협이다. 그러므로 누구든 힘을 갖고자 하며, 그것은 자랑도 수치도 아닌 그저 필요하기 때문에 요구되는 본성이다. 개개인은 힘이나 교활성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누구도 안전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이들이 처한 상황은 이들의 행위를 규제할 시민적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된다.

이기적, 공격적 본성

공격적, 이기적 물론 홉스 또한 인간이 이성을 갖는 존재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홉스에게 이 성은 욕망을 절제하거나 통제하는 기능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보존의 보편적인 법칙에 따라 안전 보장의 추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만드는 일종의 규제적 통찰이자 계산 능력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제 홉스는 이 영악한 이성적 규제력을 근거로 야만과 갈등으로부터 사회적 공존의 상태로 전환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즉, 인간은 이성의 계산 능력을 통해 통제력 없는 자기 보존욕이 결국 모두의 자기 보존 자체를 위협하는 것임을 자각함으로써 사회 조직의 강제적 질서 및 국가의 강력한 통치 권력 그리고 그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 그 자신들의 보존을 위한 사회 관계적 원리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홉스의 견해는 언뜻 군주제적인 절대 권력을 합리화하는 이론인 듯 보인다.

 

그러나 홉스의 국가에는 군주제가 의존하고 있는 몰개인적 충성심과 희생적 헌신이 자리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홉스의 강권 국가는 강제가 아닌 철저히 계산된 개인들의 이기적인 자기 보존욕에 기초한 상호 계약의 산물로서 성립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홉스의 사상이 실제 내용에서는 철저히 근세 사회사상의 기초로서 개인주의와 사회계약 사상에 기반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렇게 보면 개인들의 계산된 이기심들의 계약을 통해 간신히 결속된 그러나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가장 강력한 통치력을 갖는 국가로 계약된 홉 스의 국가는 내용적으로 개별적인 이기심의 총합을 반영할 뿐이다. 요컨대 홉스에 따르면 그러한 이기적 개인들의 강권을 통한 상호 계약적 공존이야말로 이기적 인간 본성들의 사회화를 위한 최선의 길. 즉 자연 상태로부터의 최대의 구제책이자 목표로서의 자기 보존의 실현이다.

 

사실상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그 구제책에 대한 홉스의 노골적인 견해는 그 이후 지배적인 사회사상으로 제기된 자유방임주의가 잉태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가히 예언자적인 간파였다고 평가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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