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04.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현대
그러나 다윈의 인간 이해, 프로이트의 인간 이해가 오늘날 심대한 영향력을 갖고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20세기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지배력을 확대해 온 자본주의의 발달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 내적 원리로써 인간의 이기심과 경쟁적 삶 속에서 공격적 탐욕성 그리고 그로부터 초래되는 인간 소외와 정신 분열은 프로이트의 인간 행동과 삶에 대한 이해와 직결되면서,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적 삶의 억압 구조와 한계를 해명해 주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간 삶에서의 자본주의적 사회 관계의 내적 필연성을 뒷받침해 주기도 한다.
자본주의적 사회 관계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삶의 원리로 자리 잡은 오늘날 이미 욕망을 부추기는 주체는 이른바 스타도 언론도 하물며 기업도 아니며 이들은 순진한 역할 대행자들일뿐 진정한 주체는 자본주의의 생리이다. 오늘날 인간의 본성으로 너무도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개인의 이기적 욕망과 탐욕성은 곧 자본의 탐욕적 공격성을 반영한다. 이것은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 속에서 인간이 누리는 물질적 풍요와 자기 성취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개인과 사회가 겪는 소외와 정신 분열의 잉태 또한 다름 아닌 자본주의적 생리의 필연적 반영임을 보여 주는 것이고, 나아가 그것은 자본주의 자체가 본질적으로 정신 분열적 속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본성에 관한 최근의 논의는 유행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간의 욕망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른바 프랑스 사상가 푸코(M. Foucault), 들뢰즈(G. Deleuze), 라캉(J. Lacan)의 주장이 관심을 끌고 그 배경 이론으로서 스피노자(B. Spinoza), 니체(F. Nietzsche), 쇼펜하우어(A. Schophenhauer)가 주목 받는 것도, 그리고 새삼스럽게 동양의 노자(老子)와 장자(莊子)가 다시 논의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이것은 인간 본성의 문제가 삶의 문제와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고, 그와 같은 삶의 문제의 해결과 극복의 방향 또한 본성론적 논의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삶의 원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모색이 함께 수행됨으로써 가능한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