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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해하기

인간의 이해(5)

by Be_ni 2023. 9. 27.

1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03. 인간의 충동적 · 이기적 본성(3-1. 동물적 존재로서의 인간)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본성을 갖는 존재라는 주장은 역사적으로 매우 뿌리가 깊고, 특히나 동물적 존재와 차별되는 인간 고유의 존엄성과 품위를 근거 짓는 사상적 기초가 되어 왔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들은 앞에서 살펴보았다시피 대부분 형이상학 내지 종교적인 관 점에 기초하고 있는 까닭에 근세 자연과학의 발달 이후 과학적 실증주의 의식이 증대된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설득력이 급속하게 퇴색하고 있다. 특히 인간 존재를 단지 여타 동물과 같은 진화 과정상의 동물적 존재로 위상지은 다윈(C. Darwin)의 진화론이 등장하면서부터 고전적인 관점들은 더더욱 의심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다.

진화론

다윈에 따르면, 인간은 더 이상 신적인 존엄성을 나누어 갖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여러 고전적인 사상가들이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으로서 하나같이 주장해 온 빛나는 이성조차 더 이상 선천적인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닌 그저 동물적 특성으로서 진화 과정 속에서 자연선택적으로 생겨난 것일 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동물들과 같이 동물적 특성을 공유하는, 본성적으로 이기적이고 충동적이며 공격적인 존재이다. 요컨대 인간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파악하는 것이 고전적이고도 전통적인 인간 이해였다면, 인간성의 이기적 · 충동적 · 공격적 특성은 이제 우리가 앞으로 살펴볼 오늘날 인간 이해의 기본 요체가 된다.

 

물론 고전 고대 시대는 물론 이성주의가 지배했던 근세에도 인간성에 대한 이기적·충동적 측면을 주장한 사상이 있어 왔다. 이기적 행복론의 뿌리 또한 매우 깊다.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 고르기아스(Gorgias)는 탐욕적 이기심이 오히려 자연에 부합하는 인간의 떳떳한 본성이라고 주장하였고, 나아가 트라시마코 스(Thrasymachos)는 정의롭게 살면 결과적으로 나는 손해만 보고 그저 강자나 남 좋은 일만 해주는 꼴이므로, 내가 행복해지려면 철저히 내 이기심에 따라서만 행위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가르쳤다. 그리고 탐욕과 이기심을 본래적 본성의 타락이자 극복의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의 소피스트와는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종교적으로 기독교는 인간의 탐욕과 자만심의 근거이자 도저히 스스로의 힘으로는 제거할 수 없는 인간성의 뿌리 깊은 근원으로서의 원죄를 내세웠다. 특히 이러한 기독교적 인간관은 근세 자연과학적 인간관이 배태되기 이전까지 천여 년 동안 서구의 인간관을 지배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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