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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해하기

인간의 이해(11)

by Be_ni 2023. 10. 2.

2장 성과 사랑의 철학

03. 섹스(3-1. 금기의 위반은 아름답다)

오스트리아 정신 분석학자 프로이트(S. Freud)에 따르면 사람의 원초적 충동은 에로스(eros)와 타나토스(thanatos)다. 에로스는 삶의 충동이고 사랑과 섹스는 이 충동의 대표적 표현 방식이다. 타나토스는 죽음의 충동이고 자살뿐 아니라 폭력, 살인 등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사디즘으로 유명한 프랑스 사상가 사드 (Marquis de Sade)에 따르면 극도에 이른 삶의 충동은 죽음의 충동과 다르지 않다. 섹스 막바지에 느끼는 오르가슴은 조그만 죽음이다.

금기, 위반

사회는 충동의 표현을 무제한 허용하지 않는다. 충동의 표현을 억압하는 것이 금기다. 금기는 법이나 관습으로 있을 수도 있고 내 마음속에 규범으로 있을 수도 있다. 에로스와 관련해 가장 널리 퍼진 것은 근친 상간의 금기이고 타나토스와 관련해 가장 널리 퍼진 것은 폭력과 살인의 금기다.

 

그러나 위반을 허용하지 않는 금기는 없고 어쩌면 금기는 위반하라고 있다. 살인의 금기가 있더라도 사람 죽이는 일은 매일 일어난다. 섹스와 폭력은 모두 금기의 위반이 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우리 조상에게 섹스는 곧 자식 만들기 또는 남편의 배설이었고 그 이상은 금기였다. 금기의 위반은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섹스와 폭력의 장면을 섞는 까닭은 금기의 위반이 관객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금기만 위반하는 것보다 두 가지 금기를 모두 위반하는 것이 더 짜릿하다. 또 함께 지혜를 추구하는 플라토닉 러브가 싫은 까닭도 이런 사랑은 금기의 위반처럼 짜릿한 맛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플라토닉 러브는 의미를 줄여 지혜 사랑만을 강조하면 동성애든 이성애든 섹스를 억압하는 금기로 작용한다.

 

금기를 위반하는 섹스는 비난받아야 할까? 프랑스 문학자이자 철학자 조르주 바타이유 (Georges Bataille)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바타이유에 따르면 사람의 섹스는 동물성이 기초이고 동물성을 배격하는 것이 금기다. 그러나 사람은 금기를 위반하더라도 짐승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의 금기 위반은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 표현이 과감한 커플도 원숭이처럼 남들 다 보는 데서 섹스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금기를 위반하더라도 규칙이 있기 때문에 정글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한다.

 

바타이유는 금기를 위반하는 섹스가 사람의 사물화를 최대한 막아 준다고 주장한다. 사람의 사물화란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물로 취급받는 현상을 가리킨다. 냉정하게 말하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직장에서는 아무리 따뜻한 정이 오가더라도 사람이 하나의 상품이다. 이런 뜻에서 사람은 대체로 일하는 곳에서 사물화된다. 사람의 사물화는 돈이 강력해 사람을 부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도 동물을 음식으로 보는 사물화다. 이 사물화도 사람에게 동물을 부정할 힘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사람의 섹스 충동은 사물화할 수 있을까? 같은 논리에 따르면 사람이 이성이나 의지로 섹스 충동을 부정하고 죽일 수 있어야 이 충동은 사물화한다. 그러나 섹스 충동은 더러 부정하려 해보지만 소용없다. 부정하고 부정해도 다시 고개를 쳐든다. 바타이유에 따르면 보통 사람의 섹소 충동은 사물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사물화하지만 금기를 위반하는 섹스를 통해 오히려 사물화를 어느 정도 극복한다. 문명은 그동안 사람들이 섹스 충동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억압했지만 오히려 이런 억압을 어느 정도 푸는 것이 사람의 사물화를 막고 문명 발달의 새 동력을 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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