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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전/① 동 · 서양사상의 흐름과 고전

제 1장 서양사상의 흐름과 고전(11)

by Be_ni 2023. 12. 29.

현대의 사상

현대사상의 두 주류는 다음과 같다. ① 논리실증주 의와 언어분석의 2가지를 주요 분야로 하는 분석 철학과 ②실존주의와 현상학의 2가지를 주요 분야로 하는 유럽 대륙철학이다. 논리실증주의는 러셀과 그의 제자 비트겐슈타인이 개척한 분야로, 어떤 가치나 이념은 수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과학적 영역에서 증명되지 않는 한 인정될 수 없다는 순수한 과학철학이다. 이러한 사상은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와 『철학적 성 찰에 잘 나타나 있다. 언어분석 운동은 무어와 비트겐슈타인의 산물인데, 무어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검토하는 일, 즉 동시대인들의 잘못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일을 철학적으로 대중화했다.

1950~60년대의 유럽 대륙철학은 현상학과 실존주의로 구별할 수 있지만 이 구분이 엄밀한 것은 아니다.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 를로-퐁티 등은 두 사조에 모두 관여했던 철학자이다. 철학으로 전향한 독일의 수학자 후설은 현상학의 아버지로, 그의 현상학적 방법은 경험의 직접성을 강조하며 경험을 존재나 인과적 영향에 대한 모든 가정에서 떼어내어 그 실제적인 내재적 구조를 드러내 는 것이었다. 후설을 지지한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존재의 본질을 해명하고자 하였다. 그는 인간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자각하고 이러한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비로소 본래적인 실존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스승인 후설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특정문제에 관해서는 견해를 달리했던 프랑스 현상학의 대가인 메 를로-퐁티는 『지각의 현상학』에서 인간의 신체와 지각에 근거하여, 타인의 삶을 설명하려는 이론을 제시했다.

키에르케고르와 니체에 뿌리를 둔 유럽대륙의 실존주의는 2가지 주제, 즉 존재의 분석과 인간선택의 중심성에 대한 연구를 지향한다. 독일의 야스퍼스는 '한계상황 속에서의 실존을 해명하고자 하였고, 인간상실을 파멸에 이르는 병'이라 규정지었다.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에서, 인간의 불안에 관심을 가지고 실존은 본질에 선행하며 실존은 주체성이라고 주장했다. 가다머는 현대해석 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진리와 방법』에서 이전까지의 해석학이 감정이입의 방식을 통해 주관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비판하고 ‘객관성'의 원리를 담보하려 했다. 베르그송은 생명과 물질에 대한 실증적 사실을 토대로 하여, 존재하는 전체를 하나의 통일된 관점에서 파악하려한 창조적 진화를 저술했다. 화이트헤드는 아주 폭넓고 일반적인 이해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조망하려 했고, 그의 이해력은 위대한 3부작 『과학과 현대세계』 『과정과 실재』 『관념의 모험』이 지향한 목표였다.

이상의 철학분야 이외의 사상을 살펴보면 근대서구의 자본주의 정신을 예리하게 분석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청교도 정신이 자본주의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다. 케인스는 1930년대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공황을 극복케 하고 자본주의의 낙관론을 제시한 반면, 2차 대전 후 새로운 보수주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파멸을 자초할 것이라는 예종에의 길』을 써서, 오늘날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을 반대하는 신보수주의자들에게 고전이 되고 있다. 또한 슘페터는 소위 슘페터식 자본주의 붕괴론으로 알여진 자본주의 · 사회주의 · 민주주의』에서 자본주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자본주의는 결국 사회주의를 후계자로 지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 미국의 도덕철학과 정치철학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롤스는 사회계약론을 보다 일반화시켜, 그 이론 속에 함축되어 있는 정의관의 중요한 구조적 특성을 밝혀냄으로써, 새로운 정의관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정의론』에서 열어놓았다. 현대 인류학에 지대한 영향을 남긴 레비-스트로스는 일종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슬픈 열대』에서 철학으로부터 인류학으로 이행한 저자의 지적 여정을 기술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제반문제에 대한 깊은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 루마니아 태생의 종교학자 엘리아데는 인간의 삶이 경험하는 두 차원, 즉 성속을 준거로 하여 문화를 재서술하고 있다. 1984년, AIDS의 희생자 푸코는 『광기의 역사 말과 사물』 등 초기의 그의 저작들에 관한 자신의 해설서인지 식의 고고학에서 역사서술의 시각, 주체의 문제 등 굵직한 문제를 다루었다.

그람시는 마르크스적 사회분석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가장 창의적인 저작으로 평가되는 『옥중수고』를 저술했고, 스위스의 아 동심리학자인 피아제는 프로이트가 성인의 심리를 연구한 반면 어린이의 심리를 연구하여 '어린이의 프로이트'라 불린다. 그는 아동지능의 근원을 남겼다. 뒤르켐은 사회학의 고전인 자살론에서 자살이라는 사회현상을 공식적 통계에 입각해 검토하고, 자살이 사회적 결과임을 밝혔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발표하여, 뉴턴적인 3차원 공간이 아닌 4차원의 시공의 연속개념을 제시하여, 뉴턴보다 더 광범위한 우주현상을 설명했고, 부분과 전체의 저자 하이젠베르크는 원자의 세계가 반드시 인과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제시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을 인간의 행위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보면서, 『꿈의 해석』에서 꿈의 해석을 무의식의 이해에 이르게 하는 왕도라고 하였다. 그의 제자인 융은 스승과 의견을 달리하여 『심리학과 종 교』에서 종교를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려 했다. 미국의 쿤은 과학발 전의 역사가 과학자들의 수세기에 걸친 연구업적의 단순한 누적이 아니라, 과학발전이 어느 한순간 혁명적으로 일어난다는 과학의 본질에 대한 혁명적 서술을 담고 있는 『과학혁명의 구조』를 저술했다. 또한 현대 환경의 위기에 대응하는 요나스의 윤리학적 대응이 책임의 원리에 잘 나타나 있다.

이상으로 서양사상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조망해 보았는데, 현대에 올수록 복잡다기하게 분기되고 있어, 여러 사상들이 통합될 전망은 없어 보인다. 과학적 기질과 형이상학적 기질은 여전히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으며, 실존주의의 주관성과 논리실증주의의 객관성은 아직도 경멸하면서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대의 사상계에는 다양성과 분열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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