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영국의 소설가 서머셋 몸에 의해 세계 10대 소설에 선정되었던 이 소설이 발표 직후 별로 호평을 받지 못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것은 몇 년 뒤에 나온 미국의 『백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너무 깊이 있는 작품은 종종 동시대인들의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라 하겠다.
따뜻한 면은 거의 없고, 폭풍과 같은 사랑 · 중오 · 보복을 위한 일념 잔학성이 작품 전반을 압도한다. 또한 노골적이고도 거친 문장과 격렬함을 싸고 감추는 상냥함이 결여되어 있어, 초기의 비평은 이것을 야만스러운 것, 반기독교적인 속악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남성적인 색채 때문에 이 작품은 그녀의 유일한 오빠인 브랜웰이 썼다는 오해가 있기도 했다.
『폭풍의 언덕』의 진정한 가치는 19세기 말에서 제1차 세계대전 전에 걸쳐 차츰 인정받기 시작하여, 에밀리는 '진정한 천재', '셰익스피어의 여동생'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빅토리아 왕조 소설 가운데 발표 당시 평이 나빴다가 현재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폭풍의 언덕』외에는 지금까지 없다.
격렬한 애증묘사
에밀리가 이 작품에서 묘사하고 있는 세계는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사실은 대단히 구체적인 현실의 세계다. 이 작품의 의의는 자기의 정념에 끝내 충실히 살다 죽어가고, 온 정성을 다해 애증한 히스클리프에게 서 자아의 최상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주인공들의 무섭고 격렬한 애증이 다. 캐서린과 힌들리의 오만함과 난폭함, 그리고 이기심, 문명에 길들여지지 않은 인간의 자연적 모습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히스클리프의 강한 의지력은 거의 악마적이다. 에드거의 나 약함, 이사벨라의 어리석음,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을 그려내는 에 밀리는 그들의 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1926년에 발표된 L.P. 생거의 '폭풍의 언덕의 구조'에 의해서 에밀리 브론테의 놀라운 구성력과 주의깊은 집필은 남김없이 증 명되었다. 작가는 히스클리프의 언쇼 가와 린턴 가의 재산횡령에 대해서 주의깊게 법률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합법적인 사실성을 획 득하였고, 또 사건의 발생시기에 대해서도 정확한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에밀리 브론테가 자신이 다루고 있는 작품에 대해서 충분한 사전지식을 갖추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 작품의 근저에 흐르는 사상적 경향은 바이런적 걱정이 담긴 낭만주의를 구성면에 있어서는 호프만의 괴기소설이나 공포소설의 영향을 받았다. 낭만주의가 처음으로 개화된 일면을 갖는 이 작품은 강렬한 이성에 의해 계산된 리얼리즘에 뒷받침되어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언니의 작품과 함께 여성의 입장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에 대한 반역, 강렬한 자아정신의 존중을 나타낸 작품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의 본질 탐구
궁벽한 시골구석에 묻혀, 마치 극지의 꽃처럼 무명의 짧은 생애를 살다 간 한 불행한 여성에 의해 기적적으로 탄생한『폭풍의 언덕』은 구체적 현실의 세계와 그것을 초월한 정신세계를 그리고 있다. 자연계와 초자연계가 융합하고 있는 영혼의 세계이며, 여기서는 죽음 자체도 최후가 아니라 영혼의 개방이며, 사자의 망령은 생자의 영혼과 신비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인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의 망령을 보면서 황홀경 속에서 죽는 장면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사랑이 바로 증오로 바뀔 수 있고, 그 두 감정이 동일한 요소에서 온다는 것도 재미있는 인간심리의 내면이 아닐까? 이 소설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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