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멜빌의 『백경』과 더불어 영어로 씌어진 3대 비극으로 꼽히는 이 로맨스풍의 작품은 주제 및 기법에 있어서 당대의 다른 많은 소설들과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소설의 역사에서 견고한 고유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18세기 말 요크셔의 외딴곳에 살고 있던 언쇼 집안과 린턴 집안에 히스클리프라는 부랑아가 몰고 온 파문을 짤막한 서술이 삽입된 제3자의 회상체로 그리고 있다. 요크셔의 황야를 무대로 펼쳐지는 격정과 증오를 다룬 작품으로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생애와 작품활동
『제인 에어』의 작가를 언니로 두고 평생 동안 한 작품을 써서 명작으로 남긴 여인, 에밀리 브론테.
영국의 소설가 자매로 유명한 브론테 자매는 3녀인 샬롯 브론테, 4녀인 에밀리 브론테, 5녀인 앤 브론테를 말하는데, 야구경기로 말하면 3 · 4 · 5번의 트리오에 해당한다. 따라서 에밀리 브론테의 생애는 그녀의 자매들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에밀리 제인 브론테는 1818년 7월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 주 손턴에서 영국 국교회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를 나온 유능한 성직자였으나, 넉넉하지 못한 수입으로 이 많은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힘에 겨웠다. 더욱이 그의 교구는 요크셔 지방에서도 가장 빈한하고 황량한 마을 호워드였다.
단조롭고 거친 자연에 둘러싸인 황량한 이 고장의 구릉은 기복을 이루고 있어, 들녘에는 항상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이런 풍토로 인해 이 고장 주민들은 침울하고 거칠어 야성적인 데가 있었다. 훗날 호워스는 『폭풍의 언덕』의 자연적 환경의 배경이 된다. 그러나 에밀리와 그의 자매들은 일찍부터 이 거친 자연을 사랑했으며, 나중에 그녀들이 작품을 쓸 때 무대로 삼은 것도 이 거칠고 쓸쓸한 풍경이었다.
호워스로 이사 온 뒤 1년 반이 지난 1821년에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막내딸인 앤 브론테가 태어난 지 1년도 못되었고, 에밀리도 3세밖에 안되었을 때였다. 그래서 에밀리 자매들은 이모인 엘리자베스 브랜웰에 의해 양육되었다. 1824년 6세가 된 에밀리는 세 언니를 따라 웨스트멀랜드의 코윈브리지에 칼스 윌슨 목사가 설립한 기숙학교에 보내졌다. 그 학교는 가난한 목사의 딸들의 교육을 위해 세워졌기 때문에 학비는 매우 싼 편이었으나, 불결한 위생환경과 시설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브론테 자매들도 건강이 나빠져 집으로 돌아왔으며, 다음 해 초여름에 첫째·둘째 언니가 병사하고 말았다. 세상 일에 무관심한 아버지도 이에 놀라 에밀리와 샬롯을 집으로 데려왔다. 이 기숙학교는 후에 샬롯이 정열적인 고아를 주인공으로 하여 쓴 『제인 에어』에서 분노에 찬 필치로 묘사되어 있다.
아버지는 자녀의 교육이나 사랑에는 무관심했다. 고작해야 식사 때 이따금 아일랜드의 전설이나 들려줄 정도였고, 대체로 혼자 서 재에서 지내는 편이었다. 이모 역시 엄격한 성격으로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에밀리는 언니 샬롯과 가까이 지냈고 언니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며 성장했다.
1831년 에밀리와 앤은, 로헤드에 있는 기숙학교에 입학하여 집을 떠난 뒤 18개월 후 사숙의 과정을 끝마치고 돌아온 언니 샬롯에게서 공부하였다. 1835년에는 언니 샬롯이 로헤드의 기숙학교에 조교사로 부임하게 되었다. 따라서 에밀리도 이 학교에 입학하였으나, 향수병에 걸려 3개월 만에 귀향하였다. 에밀리에게는 냉랭한 인간사회보다는 황야의 자유로움이 더 알맞은 듯했다. 그 당 시 호워스로 돌아가고 싶은 일념에서 에밀리는 40여 편의 시를 썼다. 그러나 그녀는 시를 쓰고 싶은 마음에서, 시를 쓰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충동에서 썼을 뿐 발표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1845년 가을, 샬롯은 에밀리가 미처 간수하지 못한 시 작품을 우연히 발견하고 감명을 받아 발표할 것을 권했다. 샬롯의 끈기있는 설득으로 1846년 세 자매의 시를 모은 시집『커러, 앨리스, 액턴 벨의 시집』을 자비로 출판하였으나 2권밖에 팔리지 않았다. 남성적인 필명 벨(Ball)이란 이름으로 런던에서 출판된 이 시집은 전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 결과와는 상관없이 집필을 계속하고 있던 에밀리의 처녀작이자 유일한 소설인『폭풍의 언덕』과 샬롯의『교수』, 앤의 애그네스 그레이』가 때를 같이하여 완성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소설들을 런던의 여러 출판사에 보냈으나 모두 간행이 거절되었다.
1847년 샬롯의 두 번째 소설인『제인 에어』가 런던의 유명한 출판업자 스미스의 눈에 들어 10월에 출판되어 큰 반응을 얻은 데 자극을 받아 뉴비 사는『폭풍의 언덕』과『애그네스 그레이』를 출판했다. 그러나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은 그 당시 너무나 야만적이고 동물적이며 구성이 허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이 정당한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엽부터였다. 『제인 에어』로 성공한 스미스 엘더 사에서 세 자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 불우했던 브론테 가에 행운이 찾아오는 듯했다. 그러나 1848년 9월 재주는 출중했으나 술과 아편으로 폐인이 되 다시피한 오빠 브랜웰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심신이 허약했던 에밀리는 오빠를 잃은 충격과 장례식 때 걸린 감기 때문에 폐결핵이 악화되어 그해 12월에 거실 소파 위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의 유일한 작품이 유명해진 것도 모르고 겨우 30세에.
주요 등장인물
원한에 사로잡힌 히스클리프가 업소와 린턴의 가족을 점차로 멸망시키고 그 전재산을 뺏는 보복이 펼쳐지는 가운데, 주인 공과 캐서린의 열렬한 사랑을 주제로 하는 이 책의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힌들리 언쇼: 언쇼 집안의 아들로 거칠면서도 심약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인물.
히스클리프: 언쇼가 주워온 아이로 캐서린을 사랑하나 이루지 못하자, 이에 대한 복수극을 펼치는 거친 성격의 소유자로 캐서린이 죽은 후에도 잊지 못하고 사랑하는 인물.
캐서린: 언쇼의 딸이자 힌들리의 누이동생으로 정열적이며, 순수한 감정을 지닌 여인이었으나, 현실적인 면이 있어 옛정을 버리고 불행한 가계사를 만드는 인물.
에드거 린턴: 귀족적이며 신사적인 기품의 소유자로 캐서린에게 청혼하여 결혼을 하게 되지만, 히스클리프의 복수극에 휘말려 희생되는 인물.
이사벨라: 철없는 눈먼 사랑으로 인하여 비인간적으로 이용당하는 인물.
헤어튼: 힌들리 언쇼의 아들로 거칠게 자라 히스클리프에게 이용당하는 인물.
넬리: 포근한 모성애를 지닌 가정부로 섬세한 재치와 포용력이 있는 인물.
캐디: 캐서린과 에드거 린턴 사이에 난 딸로 정열적으로 히스클 리프의 아들인 린턴과 정을 나누다, 린턴이 죽고 난 후에도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여인.
로크우드: 스러시크로스 저택에 세들어 살다가 가정부 넬리 딘으로부터 폭풍의 언덕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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