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영국 최초의 위대한 여성작가 오스틴이 19세기 초의 영국 중류 사회의 풍자적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4쌍의 결혼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19세기를 전후한 영국 중산층의 결혼관과 가치관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엘리자베스와 다시라는 두 주인공이 '오만'과 '편견'의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인간성이 완성되어간다는 이야기로, 가정과 여성의 삶, 그리고 결혼을 통해 시대적 반향과 내면의 성찰을 함께 드러낸 오스틴 문학의 정수다.
생애와 작품활동
영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인 오스틴은 햄프셔주의 스티븐턴에서 신앙심이 깊고 온화한 아버지와 유머가 풍 부한 어머니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학교교육은 거의 받지 않고 주로 가정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문학적 성향이 뛰어난 가족들의 영향으로 처음에는 풍자적인 습작을 쓰다가, 점차 본격적인 소설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어머니는 재치있는 여성으로 시와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지어내는 재주로 유명했다. 이 대가족이 즐긴 오락은 연극이었는데, 오스틴 일가와 이웃들은 스티븐턴 극단을 만들어 여름휴가 때는 목사관 헛간을 소극장으로 개조해 연극을 공연하기도 했다. 활기차고 애정이 넘치는 집안 분위기는 그녀의 창작을 자극했는데, 부친의 은퇴와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 한동안 방황했으나, 제2의 고향 인 초턴에서 작품활동을 재개하여 경이적인 활동을 한다.
이전의 원고를 고쳐 출판한『분별과 다감』(1811)에서 이성과 낭 만적 감성 사이의 갈등을 풍자했고, 젊어서부터 『첫인상』으로 구 상해두었던 소설을 다듬어서 『오만과 편견』(1813)으로 출판했다. 그뒤『맨스필드 공원』(1814), 『에머』(1815)를 연속 출판했다. 그러나 1816년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1817년 5월 눈을 감았다. 사후에 출간된 『노생거 사원』은 18세기 후반에 유행하여 낭만주의를 선도한 중세를 배경으로 한 괴기소설인 고딕소설의 과잉을 풍자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오스틴은 주로 18세기 후반의 중류계급에서 일어나는 일상생활 중, 특히 남녀의 결혼을 둘러싼 문제를 극적이고 사실적으로 다루었다. 그녀의 방어적이고 풍자적인 문체는 소재의 빈약함과 작품공간의 협소함을 극복함으로써 많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특히 『오만과 편견』은 두 남녀 주인공의 오만과 편견으로 인한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시골의 여러 가족을 중심으로 한 중상류층 남녀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통하여 마침내는 여주인공이 많은 과오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 밀도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소재도 좁은 편이고 동시대의 스콧과 같은 화려한 표현도 없지만, 18세기 특유의 도덕의식을 바탕에 둔 인생비평, 제한된 세계를 묘사하면 서 날카로운 비판을 포함한 우수한 인물의 창조, 이야기를 극적으로 전개하는 절묘한 서술방법으로 영국 소설사상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오스틴에 대해 19세기의 마코레나 테니슨은 셰익스 피어와 견주기도 했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여류작가인 버지니어 울프도 “셰익스피어라는 사람 그 자체는 그 작품에서 종잡을 수 없는데, 오스틴의 경우에도 그와 흡사하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녀의 인물됨이 아무리 정겹고 허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성격 상 종잡을 수 없는 면도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녀의 문학은 현대에 들어오면서 신선하고 예술 심리적인 문학으로 그 예술성 이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다.
시대적 상황과 작품세계
오스틴이 살았던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는 영문학사상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 문학으로 옮겨가는 과도기였다. 따라서 이 시대에는 자연의 풍경을 묘사하거나 감상적인 탐미주의에 흐르고 있었는데, 오스틴은 그러한 낭만주의와는 거리를 두고 18세 기의 고전적 정서를 강하게 지닌 그녀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그는 풍경의 묘사보다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정교한 인물묘사를 통하여 무조건 중세를 동경하거나 병적인 감상에 흐르던 당시의 젊은 여성들의 심리를 비웃었다.
이 시기는 정치적으로는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경제 적으로는 산업혁명이 있었으며 이에 따른 각 분야의 급격한 증가가 있었다. 문학사적으로는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문학관과 인생관이 일기 시작했다. 이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전통의식과 더불어 질서와 상식, 보편타당한 합리성이 인생에 있어서나 문학에 있어서 목표가 되었던 18세기의 고전주의에 비해, 이 새로운 움직임은 개인의 감정과 상상력이 모든 판단의 기본임을 천명하고 콜리지와 워즈워스의 서정적인 발라드를 발판으로 차츰 시대를 풍미하 게 된다. 초기 낭만주의의 기수들은 대부분 시인들로서 이들의 낭만정신은 자연에 심취한 워즈워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먼 이국정서를 동경한 콜리지, 아득한 이상사회를 건설하려는 혁명정 신을 강조한 셸리, 미를 추구한 키츠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문학운동은 기존의 고전주의와는 정반대의 문학적 특징을 추구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 문학적 조류 속에서 작가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스틴은 그러한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은 이색적인 작가였다. 그녀는 오히려 18세기 초의 고전주의로 회귀하는 듯한 문학세계를 펼쳤다. 그녀는 당시 유럽을 뒤흔들었던 역사적인 사건의 의미 해석이나 서술보다는 평범한 일상의 삶의 묘사에 주력하였으며, 과거에 대한 동경, 꿈과 관념의 감상주의적 경향보다는 이성적인 현실의 세계를 지향했다. 이처럼 오스틴의 생애와 작품세계는 그녀가 살았던 19세기 초 영국의 정치상황이나 사회 제반문제와는 무관한 것 같다.
현대 비평가들은 오스틴의 소설이 지닌 빈틈없는 짜임새에 매료되고, 겉보기에 평범하고 제한된 사건과 배경을 가진 이야기를 통해 존재의 희비극을 드러낼 수 있게 한 기법상의 성취에 높은 평가를 한다.
주요 등장인물
인간의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케 하는 소설로 사람을 재산과 신분으로 평가하는 사회적 통념에 반대하는 여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다시의 '오만'에 '편견'을 보이다가 사회의 편견에 편견을 가졌음을 깨닫게 되고, 재산이나 신분과 무관하게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작가의 아이러니컬한 서술이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으로,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제인: 장녀로서 솔직성과 조심성, 포용력을 가진 정적인 인물.
엘리자베스: 둘째 딸로 생기발랄하고 재기가 넘치며 인습에 맹종하지 않는 동적인 미인으로 후에 '편견'을 버리고 참된 사랑을 얻는 검은 눈동자의 소유자.
다시: 명문집안의 남자로 약간은 '오만' 하나, 정직하고 자상한 인물.
리디아: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로 꿈과 동경에 싸여 있으며, 심성 이 착하고 정열적인 인물.
베네트 부인: 즉흥적이고 부드러우며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두는 인물.
베네트: 과묵하면서도 사색적이며 자식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지니고 있는 인물.
빙글리: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신의 주관이 강한 인물.
위컴: 남을 공모하지만 진실된 사랑 앞에서 참회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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