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철학 이해하기

삶의 문제 & 철학(2)

by Be_ni 2023. 9. 15.

02. 철학과 학문

 

일상 속에서 경험되는 철학의 의미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의 보존과 향상을 위한 지적 대응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철학은 삶의 문제에 대한 지적 대응의 일반으로서의 제반 학문 활동과 필연적으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철학은 일상의 영역을 넘어 학문의 영역에서는 어떤 위상을 갖는가? 이를 위해 우선 인간 자격 대응으로서의 철학과 학문 활동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를 살펴보자.

 

인간은 자연과 사회라는 환경 세계 속에서 회피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문제 상황에 늘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 상황에 대한 인간의 대응 방식은, 다른 생물과는 달리 이성적이고 창조적인 특성을 갖는다.  다른 생물들의 환경에 대한 대응은 본능적인 방식에 따라 한정되어 있으나, 인간은 본능 이외에 원리적인 생각과 판단, 즉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 상황에 대처한다. 인간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문제를 신적 존재와 같이 완전무결하게 해결해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동물적 존재와 같이 단지 본능적 적응 구조에 내맡겨 버릴 수도 없는 이른바 중간적 존재이다. 지식 또는 지혜는 바로 이러한 문제 상황에 대응하고자 하는 중간적 존재로서 인간의 이성적 노력의 결과로 주어진 것이다. 즉 지식은 환경 속에서 인간 삶의 보존을 위한 근원적이고도 본질적인 방편이다. 아울러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문제도 결핍도 없었을 타락 이전의 완전한 인간인 경우라면 그저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그의 은총과 사랑 안에 거하기만 하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문제에 대한 주체적인 해결을 욕구하며 고뇌에 찬 역경을 거듭해 온 인간 지성의 역사는 기독교적으로 타락과 더불어 시작된 것이라고도 하겠다. 이렇게 보면 항상 본질적인 특성상 근원적이고도 필연적인 것이다. 그리하여 '지혜에 대한 사랑'  은 삶의 영위 과정에서 인간의 근원적이고도 본질적인 지적인 활동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기원전 6세기에 이르러 고대 그리스에서 그 의미 그대로 philosophia(지혜에 대한 사랑) 라는 이름을 가지고 지성사에 등장하였으며 그 후 서양 학문이 동양으로 전래되면서 '철학' 이란 말로 번역되었다.

 

철학자, 생각하는 사람

 

그러나 철학이 '지혜에 대한 사랑'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지혜에 대한 사랑은 인간에게 필연적이기 때문에 철학 또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는, 지적 작업 일반을 통틀어 철학이라고 불렀던 고전 그리스 시대에서나 타당한 일로 보인다. 왜냐하면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수행되었던 인간의 다양하고도 많은 문제에 대한 지적 노력들은 오늘날 다양하게 분화된 개별과학적 문제 영역에서 개별과학들 나름의 '지혜에 대한 사랑' 들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19세기 후반 과학적 성과들은 주로 인간과 우주에 관한 형이상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성립되었던 전통적인 지식체계와 세계관을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그리하여 형이상항의 폐기 또는 철학 자체의 정체성 위기까지 운위되기도 하였고, 논리실증주의라는 일부 철학적 분파에서는 철학의 영역을 개별과학이 사용하는 개념의 명료성을 뒷받침해 주기 위한 언어분석 내지 논리학의 영역에 국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근원적인 지혜애 대한 사랑으로서 철학의 위상이 견지되어오고 견지되어야 할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철학의 개별과학 간의 관계 속에서 그 까닭을 더듬어 보면, 그것은 비록 개별과학적 노력이 모두 인간 삶의 보존과 향상을 위한 지혜에 대한 사랑이자 이성적 작업이라 할지라도, 그 방법이나 전제, 목적, 결과들이 언제나 인간 삶의 보존을 위한 지혜와 지식으로 조화롭게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로 오늘날 분화되고 발달한 개별과학들이 이룩한 성과들 중에는 서로 갈등을 빚거나 상호 상충하기까지 하는 경우들이 이루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예를 들어, 오늘날 식량 위기라는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에 대해 유전공학은 유전자 조작에 의한 종자 개량을 통해 그 해결책을 도모하려고 하는 반면, 생태학은 그 해결책이란 오히려 생태계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서 장기적으로는 인간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와 같은 개별과학들 간의 갈등 내지 차이는 인간 삶의 보존과 향상을 위한 또 다른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그 문제는 종국적으로 개별과학적 영역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분석 그리고 총체적이고도 유기적인 종합을 동시에 요구한다. 근본적인 분석과 비판 그리고 총체적인 관점의 획득은 개별과학과 관련하여 철학적 탐문의 근원적 필요성을 말해 주는 것이자 근본학으로서 철학의 본질적인 성격인 것이다.

'철학 이해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문제 & 철학(5)  (0) 2023.09.16
삶의 문제 & 철학(4)  (0) 2023.09.16
삶의 문제 & 철학(3)  (0) 2023.09.15
삶의 문제 & 철학  (1) 2023.09.14
철학이란?  (0) 2023.09.14